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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화장품'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2021.04.07(수) 14:55

정부, '맞춤형 화장품'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업계, 간접적 지원에 아쉬움…실질적 지원 절실

정부가 맞춤형 화장품 시장 육성에 나섰다. 사진은 아모레 성수에 위치한 립 메이크업 스마트 제조 시스템. /사진=아모레퍼시픽

정부가 '맞춤형 화장품'을 K뷰티 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는 시큰둥하다. 지금과 같은 간접적인 지원만으로는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활성화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일부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정부, '맞춤형 화장품' 육성 판깔았다

정부는 K뷰티 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맞춤형 화장품을 꼽고 지원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23년까지 맞춤형 화장품 제조 및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2025년까지는 9개국 8000명 이상의 피부·유전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마련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규제 완화와 산업 토양 구축에 나섰다. 올해부터 맞춤형 화장품 임시매장 신고 절차가 간소화됐다. 조제관리사 인력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맞춤형 화장품은 제조‧수입된 화장품을 덜어서 소분(小分)하거나 다른 화장품 내용물과 원료를 추가‧혼합한 제품을 의미한다. 지난 2015년 관련 시범사업이 진행되며 시장이 형성됐다. 2019년 정부가 판매 매장에서의 맞춤형 화장품 제공을 합법화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됐다. 지난해에는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이 도입되는 등 인력 양성 작업에도 돌입했다.

맞춤형 화장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시장 활성화 전략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아직 5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매우 밝다. 화장품 시장이 고도화되며 개인화된 제품에 대한 니즈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업체 메조미디어가 발간한 '2020 화장품 업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맞춤형 화장품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채널이 무너진 뷰티 업계의 관심도 높다. 업계가 온라인 전환에 집중하면서 맞춤형 화장품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업계가 급격히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기존 오프라인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체험적 요소를 앞세운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지금까지와 달리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업계, '간접적 지원'만으론 한계

다만 업계는 정부 지원책 대부분이 원론적·간접적 수준에 머무르는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은 규제 완화, 가이드라인 제정 등에만 국한돼있다. 인력 양성을 위해 신설된 조제관리사 자격 시험도 아직 이론에 머물러 있어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은 없는 셈이다. 결국 현 정책만으로는 더 많은 기업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생산‧연구개발(R&D)‧유통 등 투자 여력이 있는 소수 기업을 중심으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국내 맞춤형 화장품 시장은 대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산하 브랜드를 통해 맞춤형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점도 9곳으로 업계 최다다. 시범 사업에서도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 등 규모가 있는 기업들만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나마 에이블씨엔씨는 효율성을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 중견급 기업마저 손을 떼는 상황에서 간접 지원만으로 업계 성장을 촉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이 대부분 원론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맞춤형 화장품 자체의 경쟁력도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 꼽힌다. 뷰티 시장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곳이다. 평소 쓰던 브랜드를 간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생소한 맞춤형 화장품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다. 화장품은 피부에 바르는 제품인 만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다. 기존 제품을 조합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맞춤형 화장품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대한 사전 검증 및 홍보가 필수다. 업계는 정부가 나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가 바라는 것은 맞춤형 화장품 시장 성장을 위한 더 큰 폭의 지원이다. 정부 로드맵은 기술적 측면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 제도 부문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뷰티 업계에 편중된 지원 범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맞춤형 화장품 제조 과정의 핵심 요소는 개인 피부 분석이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이 활용된다. 수집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는 정보기술(IT)의 역할이 크다. 이들 산업도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장기적으로 뷰티 산업의 미래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답의 영역인 만큼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며 "산업 뿌리를 바꾸는 일인 만큼 업계 자체 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보완하고 시장을 더욱 넓힐 수 있는 방향의 적극적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원이 중도에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지속적 모니터링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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