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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남자'…뷰티업계 '블루칩'됐다

  • 2021.09.01(수) 12:12

시장 꾸준히 성장 중…MZ세대가 주도
중국·북미 등 해외시장 잠재력 높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남성 소비자가 뷰티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성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스킨·로션 등 기초 제품이나 탈모 등 기능성 제품을 주로 소비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 MZ세대를 중심으로 '그루밍'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뷰티업계는 남성을 겨냥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기존 브랜드의 리뉴얼·라인업 강화 작업도 활발하다. 아직 절대적 시장 규모는 작지만 잠재력만큼은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 남성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2018년에 비해 10% 가까이 성장했다. 이는 15조원에 가까운 국내 뷰티 시장 전체 규모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남성 뷰티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위축에도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는 등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다.

남성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는 뷰티 브랜드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전문 브랜드 '비레디'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8% 늘었다.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해 무신사·29cm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점이 주효했다. LG생활건강의 코스메틱 브랜드 'CNP'의 남성 올인원 제품의 올해 2분기 매출도 전기 대비 13% 증가했다.

국내 남성 뷰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당초 남성 소비자들은 스킨·로션 등 기초 제품과 탈모 등 일부 기능성 제품에만 관심을 가져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스킨케어·선케어·바디세정류 등 제품의 남성 소비자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63%·45%·35% 늘었다. 전체 남성 구매액도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절대적 기준에서 남성 뷰티 시장은 아직 크지 않지만 성장세가 가파르고 수요가 다변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과거처럼 여성 브랜드의 부수적 카테고리가 아니라 별도로 공략해 볼 만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재력 충분…시장 경쟁 가속

남성 뷰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서베이의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현재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남성 소비자의 12.8%는 향후 메이크업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3.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또 응답자의 54%가 평소 피부 관리를 하고 있고, 55%가 외부 시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남성들도 메이크업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트렌드는 MZ세대 소비자가 이끌고 있다. 40대 이상의 소비자 상당수가 메이크업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이들은 '꾸미는 것도 자기 관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실제로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 40대 이상의 소비자 85.6%는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2030세대 소비자 4분의 1 가량은 메이크업을 종종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남성의 메이크업에 대한 거부감은 기성세대에 비해 낮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에 따라 업체들도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비레디는 최근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엘레쎄'와의 협업에 이어 래퍼 사이먼 도미닉을 모델로 발탁했다. 남성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와 모델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CJ올리브영도 MZ세대에게 영향력이 높은 샤이니 키와 소녀시대 태연을 옴니채널 모델로 발탁했다.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남성 뷰티 시장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달 남성 뷰티 PB '무신사 스탠다드 코스메틱 컬렉션'을 선보였다. 주요 라인업은 2030세대를 겨냥한 클렌징품·남성청결제·섬유향수 등이다. 패션플랫폼 브랜디도 남성앱 '하이버'를 통해 스킨케어·메이크업·바디 등 남성 용품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국내가 끝이 아니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하고 있다. 특히 최대 해외 시장인 중국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얼굴의 값을 의미하는 '옌즈(颜值)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남성 뷰티 제품 보급률도 높다. 지난해 하반기 시장조사기관 칸타에 따르면 샴푸(99%)·바디워시(74%)·얼굴로션(64%)·클렌징폼(63%) 등 대부분 제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남성 뷰티 시장은 2조743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에 비해 21.6% 성장한 수치다. 성장 가능성도 높다. 한국화장품협회는 오는 2026년 중국 남성 뷰티 시장이 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남성의 메이크업에 대한 인식 변화와 구매력 증가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서다.

중국 남성 뷰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중국 남성 뷰티 시장은 시세이도·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초기인 만큼 압도적 1위가 없이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덕분에 이니스프리를 비롯한 국내 브랜드들도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북미 남성 뷰티 시장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기업에게 남성 뷰티가 '기회의 땅'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 트렌드"라면서 "대부분 시장이 사실상 신규 시장이나 다름없는 만큼 여성과 다른 남성만의 트렌드를 잘 잡아내는 기업은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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