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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BGF의 '아픈 손가락' 헬로네이처

  • 2021.05.25(화) 16:48

2대 주주 11번가와 2년간 400억원 투자
새벽배송 시장 성장 주목…'규모 확대' 주력

BGF가 헬로네이처에 2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사진은 홍정국 BGF 대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가 자회사 '헬로네이처'에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헬로네이처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BGF가 50.1%, 11번가가 49.9%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투자는 지난 2018년 BGF가 SK플래닛으로부터 헬로네이처 지분 50.1%를 인수할 때 체결된 총 400억원 규모의 투자의무계약에 따른 것입니다. 계약에 따라 지난해 200억원이 투입됐고, 올해 200억원이 더 투입되면서 출자약정액이 모두 채워졌습니다.

야심차게 인수했지만…계속되는 적자

BGF는 편의점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헬로네이처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전략부문장으로 근무하던 홍정국 현 BGF 대표가 인수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수될 때만 해도 헬로네이처 인수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홍 대표는 헬로네이처를 5년 내 신선식품 1위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죠.

홍 대표의 포부처럼 헬로네이처는 BGF 인수 이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18년 163억원이었던 헬로네이처의 매출은 지난해 427억원까지 늘었습니다. 다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2018년 81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지난해 159억원으로 커졌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음에도 영업손실은 4억 원 늘었습니다.

헬로네이처는 규모 성장에도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는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새벽배송 시장은 출혈경쟁 중입니다. 주문량이 많아질수록 물류, 인건비가 늘어나 손실을 입힙니다. 헬로네이처의 판매관리비는 2018년 114억원, 2019년 193억원, 지난해 234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담이 커지자 헬로네이처는 비건, 저탄수화물 식품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쟁 플랫폼들이 유사한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죠. 결국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새벽배송 시장 미래 주목…경쟁 위한 '규모 성장'

그렇다면 BGF는 왜 헬로네이처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걸까요.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시장의 미래를 눈여겨 본 결정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새벽배송 시장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만 해도 100억원이었던 시장이 지난해 2조5000억원까지 커졌습니다. 올해는 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이한 점은 시장 구조입니다. 새벽배송 시장에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쿠팡·이베이·11번가 등이 10조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마켓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 등 새벽배송 시장 내 주요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는 신선식품에 대한 시장 인식에서 오는 차이입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커머스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신선식품에 한해서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눈으로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더 우세합니다. 실제로 식료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20% 수준입니다. 헬로네이처에게도 시장 영향력을 키울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매거진' 형식으로 앱을 개편하며 사용자 모으기에 나섰습니다. /사진=헬로네이처

BGF의 물류에 대한 자신감도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새벽배송 시장에서 콜드체인 등 물류망은 필수입니다. BGF는 전국 1만5000개의 CU 편의점을 운영하며 이런 인프라를 이미 어느 정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편의점은 최근 들어 근거리 배송기지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부릉'을 비롯한 배달대행 플랫폼과 손을 잡는 등 배송 시스템 구축 작업도 활발합니다. BGF는 헬로네이처의 주문량을 끌어올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BGF는 최근 헬로네이처의 규모 키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앱을 매거진 형태로 개편해 더 많은 사용자가 쇼핑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 1분기에는 부천에 있던 물류센터를 4배 이상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곤지암으로 옮겼습니다. 이번에 투자한 금액은 마케팅에 활용해 소비자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다만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헬로네이처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켓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 등은 충청권을 시작으로 연내 새벽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넓힐 계획입니다. 헬로네이처는 시장 진입에 이어 전국 서비스 확대에서도 후발주자가 된 셈이죠.

투자 여력 측면에서도 헬로네이처는 불리한 상황입니다. SSG닷컴, 마켓컬리 등 경쟁 플랫폼들은 대기업과 투자자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습니다. 출혈경쟁을 감당할 여유가 아직 남아 있죠. 반면 헬로네이처의 '비빌 언덕'은 BGF뿐입니다. 추가출자의무 계약이 끝난 만큼 11번가는 헬로네이처에 더 투자할 의무가 없습니다. 11번가가 적자에 시달리는 것을 고려하면 투자 여력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BGF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최단 기간에 헬로네이처를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를 위해 BGF는 규모 키우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BGF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 성장에 대비해 헬로네이처의 비즈니스 체력을 키우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투자해 안정적으로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동안 BGF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온 헬로네이처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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