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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고' 제과업계, 돌파구가 없다

  • 2021.08.23(월) 15:17

[워치전망대]수요 감소에 원가 부담 가중
롯데·해태 가격 인상…오리온, 해외만 올려
실적 개선 전망…하반기 가격인상 요인 남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난 2분기 롯데·오리온·해태 등 제과업계 주요 3사의 실적은 부진했다. 고속 성장에 힘입어 업계 1위로 올라섰던 오리온은 중국 시장의 역기저효과에 타격을 입으며 2위로 내려앉았다. 1위를 탈환한 롯데제과도 영업이익이 줄어들며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빙과 사업을 빙그레에 매각하면서까지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던 해태제과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 폭등까지 겹치며 제과업계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최근 '릴레이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이유다. 롯데·해태제과는 이미 주요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오리온도 국내·베트남을 제외한 중국·러시아 시장에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가격 인상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관심이다.

2분기 실적 일제히 '마이너스'

롯데제과는 2분기 매출 5091억원, 영업이익 2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면서 오리온에게 빼앗긴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 줄어든 248억원에 그쳤다. 원가·인건비 증가와 시장 경쟁을 위한 판매관리비 등 비용 인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오리온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6% 줄어든 501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1% 줄어든 551억원이었다. 오리온은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코로나19 역기저효과에 타격을 입었다. 오리온은 한국·러시아·베트남 등 시장에서는 점진적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매출·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4.3%, 69.2% 줄었다.

제과 3사 2분기 실적 추이.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해태제과도 부진했다. 해태제과는 2분기 매출 134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 줄었고 영업이익은 60% 감소했다. 해태제과는 지난 3월 천안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손실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줄었다. 또 롯데제과·오리온에 비해 해외 사업의 비중이 다소 작은 점도 실적 타격을 더욱 크게 입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제과업계는 코로나19 사태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혀 왔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내식(內食) 문화가 자리잡았다. 자연스럽게 제과 제품 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내식 수요가 '집밥'을 대체할 수 있는 간편식에 집중됐다. 여기에 지난 6월 이른 장마 등으로 외출이 줄어들어 껌·캔디 시장까지 위축돼 최대 성수기를 놓쳤다.

원가 부담까지…릴레이 가격 인상

여기에 최근 원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제과 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당초 제과업계는 라면에 비해 밀가루 의존도가 비교적 낮아 원가 상승 압박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설탕과 유지류 등 제과의 핵심 원재료 가격까지 오르자 백기를 들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 중 설탕지수는 전월 대비 1.7% 상승한 109.6포인트였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4개 품목의 국제가격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지표다. 2014~2016년 평균을 100포인트로 잡고 있다. 7월 설탕지수는 전년 대비 44.2% 오른 수치이자, 2017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지류의 가격 지수는 전년 대비 66.7% 오른 155.4포인트였다.

과자의 주요 원재료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제과 원재료 가격 폭등의 이유는 고유가와 기상 이변이다. 고유가로 에탄올 수요가 늘자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가 에탄올 생산에 투입됐다. 자연스럽게 설탕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올랐다. 또 세계 최대 설탕 수출국 브라질에서 건조한 날씨가 지속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유지류는 코로나19와 기상 등의 문제로 말레이시아 등 주요 생산국의 팜유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다.

부담을 이기지 못한 제과업계는 결국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롯데제과는 다음달 1일부로 주요 제품 11종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중량을 줄일 예정이다. 인상 폭은 중량당 가격 기준 평균 12.2%다. 해태제과는 이달부터 홈런볼·맛동산 등 제품 5개의 가격을 평균 10.8% 올렸다. 오리온은 국내·베트남 시장의 가격은 동결했지만, 중국·러시아에서 파이·비스킷 등 품목의 가격을 6~10% 인상키로 했다.

가격 인상 요인 남아…실적 영향은 제한적

일각에서는 하반기에도 제과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 부담 가중 요인이 남아있어서다. 낙농진흥회는 최근 원유(原乳) 가격을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올렸다. 낙농진흥회는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유예한 바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유업계도 우유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우유를 재료로 사용하는 제과 제품의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제과업계의 하반기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에 가격이 오른 제품들은 수 년 동안 가격이 동결됐던 '스테디셀러'가 대부분이다. 원재료값 폭등에 대한 정보도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저항감도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7월 들어 고강도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되면서 집콕 트렌드 재확산 등에 따른 반사이익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경기 낙관론이 힘을 잃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하지만 실적 개선의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특수와 별개로 경기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2로 전월 대비 7.1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또 정부는 오는 10월부로 거리두기 완화 등 '위드(with) 코로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과 수요가 외식 등 다른 부문으로 분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으로 단기적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변수가 너무 많아 섣불리 미래를 전망하기는 어렵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당장의 '턴어라운드'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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