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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③컨디션의 진화…'쌀눈'에서 '헛개'로

  • 2022.01.12(수) 06:45

'헛개' 음료 열풍 선도…쓴맛잡기 성공
30년간 총 6번 리뉴얼…'R&D'가 비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늘 우리 곁에서 사랑받고 있는 많은 제품들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그 한 끗 차이가 제품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에 숨겨져 있는 그 한 끗을 알아봤습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함께 찾아보시죠. [편집자]

술과 함께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숙취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과음한 다음 날의 고통은 다들 아실 겁니다.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해장 문화도 생겨났고요. 실제로 고대 로마인은 술독을 없애기 위해 올빼미알을 띄운 와인을 먹었다고 합니다. 몽골인은 해장음식으로 양의 눈을, 시리아인은 참새 부리를 갈아 마셨습니다. 기상천외하죠.

이렇듯 숙취 해소를 위한 인류의 피나는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인데요. 제약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완벽한 해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HK이노엔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숙취해소 음료 '컨디션'도 그 과정의 일환이겠죠.

이런 컨디션이 올해로 출시 30년을 맞이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으니 그 비결이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컨디션을 마시면 정말 숙취가 눈 녹듯 사라질까요. 컨디션 제조의 비밀을 캐봤습니다.

'헛개' 열풍의 서막…열매로 '쓴맛' 잡다

컨디션은 국내 '헛개' 음료 시장을 이끈 제품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헛개 성분 기반의 숙취해소제는 아니었습니다. 초창기 컨디션의 핵심 원료는 '미배아 발효추출물'입니다. 콩에서 추출한 성분에 쌀 배아를 함께 발효해 만든 것인데요. 미배아 발효추출물은 알코올 분해를 돕는 '피틴산'의 함유량이 많습니다.

이후 제일제당 제약사업부(현 HK이노엔)는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원료를 추가하며 리뉴얼에 나섭니다. 2000년에는 타우린을 추가한 '컨디션F'를, 2004년엔 자리, 황기, 로터스 등 식물 추출물을 추가로 첨가한 '컨디션ADH'를 내놓습니다. 2007년엔 아연(Zn)을 추가하고 미배아 발효추출물의 용량을 늘린 '컨디션파워'도 출시합니다. 쉼 없는 진화의 연속이었죠.

1990년대 일간지에 게재된 제일제당(현 HK이노엔)의 컨디션. 컨디션은 '고통스런 숙취 해결사'라고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자료=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그러다 지금의 헛개 성분이 본격적으로 들어간 건 2009년입니다. 기존 컨디션 제품에 헛개나무 열매 성분을 추가한 것인데요. 헛개나무 성분은 과학적으로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인정받은 몇 안 되는 물질입니다. 헛개나무의 이름 역시 '술을 마신 뒤 이것을 달여 먹으면, 술이 헛것이 된다'고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네 번의 리뉴얼 끝에 탄생한 '헛개컨디션파워'는 "숙취해소엔 헛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헛개 유행을 본격적으로 선도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헛개나무는 떫은 맛과 쓴맛이 강해 음료로 개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약이 아닌 음료인 만큼 맛이 없다면 인기를 끌기 어렵죠. 요즘엔 헛개 성분의 숙취해소제가 익숙하지만 당시 헛개는 두루 찾는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HK이노엔은 오랜 연구 끝에 헛개나무 부위 중 '열매'에 주목했습니다. 헛개 열매는 단맛이 나는 동시에 알코올 분해를 돕는 '암페롭신'까지 들어있습니다. 이를 통해 헛개 본연의 쓴 맛을 상당부분 잡은 셈이죠.

결국 컨디션의 완성은 '헛개나무 열매'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컨디션은 100% 국내산 헛개 원료를 사용하는데 국내산 헛개는 수입산보다 수확량이 매우 적고 가격도 비쌉니다. 그럼에도 국내산을 고집하는 이유는 헛개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컨디션은 전국 산지의 관능(맛보기) 특색을 반영한 헛개나무 열매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숙취 해소, 알코올 분해 촉진이 핵심

그렇다면 컨디션이 어떻게 숙취에 도움을 줄까요. 사실 컨디션은 '일반식품'입니다. 보통 숙취해소제라고 하면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의약품으로 오해하기 쉬운데요. 의약품으로 인정받으려면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입증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시중에 판매 중인 숙취해소제는 알코올을 직접 분해하는 기능이 있진 않습니다. 대신 과음 후 몸의 상태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간을 보호하는 보조제 정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숙취는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두통, 구토, 어지러움 등 증상을 일으키며 발생한다. /자료=HK이노엔.

숙취해소제의 원리를 알기 위해선 우선 숙취가 생기는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술을 마시면 몸속 에탄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생깁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아세트산'으로 분해된 뒤 몸 밖으로 배출되고요. 아세트산이 신속하게 분해되지 못할 경우 독성 성분이 체내 혈관을 확장하면서 숙취가 발생합니다.

즉 숙취해소제의 목표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분해하는 것입니다. 컨디션은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하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디션에 들어 있는 당분은 알코올 해독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기도 하고요. 다만 숙취해소제가 아세트알데히드를 직접 분해하진 않는 만큼 애초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는 사람은 온전히 숙취해소제의 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합니다.

컨디션, 'R&D'에 승부를 걸다

HK이노엔은 '스테디셀러' 컨디션의 인기 비결로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꼽습니다. 컨디션은 동물실험, 임상시험 등 R&D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 총 6번의 리뉴얼을 거쳤습니다. 업계 최초로 '숙취해소'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조직도 꾸렸고요. 미배아발효추출물, 헛개 등 숙취해소 관련 소재를 다양하게 발굴하고 대중화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한 점도 장수의 비결입니다. 컨디션은 병 음료로 시작해 타깃 소비자별, 제형별로 제품 종류를 확대해 왔습니다.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여성 소비자를 공략한 '컨디션레이디', 프리미엄 숙취해소음료 '컨디션CEO', 가볍게 먹기 좋게 만든 '컨디션 환' 등이 대표적이죠. 숙취해소 관련 특허를 받은 컨디션CEO는 개발에만 3년의 기간이 걸렸습니다.

연구원의 입장에서 숙취해소제를 만드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일 겁니다.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찾고, 어떻게 맛있게 만들어야 할 지, 또 앞으로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을 지 등 지속해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죠. 이런 고민들을 오롯이 안고 계신 분을 만나봤습니다. 이은주 HK이노엔 건강기능식품·화장품·음료(HB&B) 연구1팀 부장입니다.

"컨디션 때문에 음주량이 늘어 낭패봤죠"

이은주 HB&B 연구1팀 부장. /사진=HK이노엔

-숙취해소제로서 '컨디션'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최초 브랜드이자 대표 브랜드가 가진 'R&D 노하우'라고 생각합니다. 연구팀은 알코올 분해 능력뿐만 아니라 두통이나 매스꺼움, 구취처럼 음주 후 발생하는 후유증을 완화하는 소재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배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소비자가 제품을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종류를 확대한 것도 컨디션만의 강점입니다.

-환, 젤리 등 다양한 종류의 숙취해소제가 나와 있습니다. 제형별 장단점이 있을까요.

△환은 알약 형태의 숙취해소제입니다. 음료보다 작고 간편해 상대적으로 편의성이 더 높습니다.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의 입맛도 잡을 수 있고요. 유통과정 중 파손될 위험도 적습니다. 특히 컨디션환은 세로 스틱형으로 돼 있어 물이나 숙취해소음료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요. 목 넘김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여기에 엘더베리 향을 첨가해 후각 장벽을 낮췄습니다.

스틱 젤리의 경우 물 없이 짜 먹을 수 있는 타입입니다. 휴대성과 함께 음용의 편리함을 강조한 제품이에요. 스틱 젤리는 쓴맛을 없애는 게 어려워서 아직 컨디션 라인에서는 나오지 않은 제형입니다.

-실제로 컨디션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나요.

△HK이노엔은 국내 유수의 대학이나 연구소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인체 적용 시험을 한 결과, 컨디션 제품(100㎖/1병)을 마셨을 때 혈중알코올농도와 아세트알데히드 수준을 낮추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알코올 섭취 후 초반 20분, 40분에 유의적 감소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인체 시험결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컨디션을 개발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컨디션은 음주 전후 상황 모두를 고려한 제품입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실제로 숙취가 해소되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연구원들 역시 개발 과정에서 직접 체험임상을 진행하곤 해요. 연구팀이 체험임상을 하다보면 숙취해소제를 복용한 뒤 숙취 고통이 없어 음주량이 계속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치 본인의 주량이 늘어난 것처럼 생각해 컨디션이 없는 경우에도 음주량을 늘리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었죠.

-숙취해소를 위한 꿀팁은 무엇인가요.

△숙취해소제는 소재들의 작용 기능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음주 전과 음주 후에 모두 섭취하는 걸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컨디션은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음료일뿐 숙취를 완전히 없애는 약은 아닙니다. 즐거운 술자리를 위해 음주 전과 후 모두 섭취하는 게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건강하고 슬기로운 음주문화를 즐겼으면 합니다.

-향후 컨디션 신제품 탄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30년 동안 컨디션이 시장 1위 브랜드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끊임없는 제품 혁신입니다. 특허출원과 임상시험 등 R&D을 통해 지금까지 총 6번 제품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또 숙취와 동반하는 증상을 해소할 수 있는 신규물질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있고요.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컨디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컨디션은 국내 최초로 숙취해소 음료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음주 전후 몸의 '컨디션(상태)'을 생각하고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제품인 만큼 더 효과적인 숙취해소 제품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겁니다. 끊임없는 제품 R&D와 혁신으로 'No.1' 브랜드의 위치를 유지할 예정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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