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쌈채소인데요. 그중에서도 상추는 고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채소로 꼽힙니다. 그런데 종종 상추를 먹으면 졸리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험같이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땐 상추를 피해야 한다는 소문도 돌고요.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상추는 졸음을 유발할까요.
찾아보니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습니다. 바로 '락투카리움' 때문인데요. 락투카리움은 상추 줄기 속 우윳빛 유액에 들어있는 성분입니다. 락투카리움은 다시 락투신, 락투서린, 락투신산으로 나뉘는데요. 이중 락투신은 최면, 진정, 수면 유도 등의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통증을 가라앉게 하는 아편과 비슷해 '상추 아편'이라고도 불리고요.
이런 상추의 효능은 꽤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동의보감>에는 "상추가 가슴에 막힌 기운을 풀어 머리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나와 있고요. 또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나 신체적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상추 생즙을 처방하도록 안내합니다. 고대 이집트 시기에도 상추의 진정작용을 활용했다고 하고요. 미국에선 1799년부터 의약품 개발에 락투카리움을 이용한 바 있습니다.
그럼 잠이 오지 않을 땐 상추를 먹으면 되는 걸까요. 아쉽게도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우선 시중에서 판매 중인 상추에는 락투신 함량이 적습니다. 락투신 특유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품종 개량을 거쳤기 때문인데요. 요즘 우리가 접하는 상추의 경우 1그램(g)당 0.03밀리그램(㎎)의 락투신이 들어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우스 재배가 아닌 야생에서 자란 상추 중엔 락투신이 30배 더 많이 포함된 품종도 있다고 해요.
특히 상추의 품종별로 락투신 함량이 다릅니다. 녹색 상추보단 적색 상추에 더 많은 락투신이 들어 있는데요. '토종 상추 수집 계통별 주요 기능 성분 함량' 논문에 따르면 청상추의 락투신 함량은 1그램(g)당 31~166밀리그램(㎎)입니다. 반면, 적상추의 함량은 1그램(g)당 937~3737밀리그램(㎎)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각에선 상추가 과식을 유발해 졸음을 부르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상추에 고기와 마늘, 쌈장 등 여러 음식을 싸 먹죠. 상추 없이 고기만 먹을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 것인데요.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음식을 많이 먹으면 소화기관은 더욱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에 따라 평소보다 더 졸린 느낌을 받을 수 있고요. 여기에 체질이나 식습관에 따라 상추가 몸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엔 락투카리움 함량을 늘린 기능성 상추도 나왔습니다. 전남농업기술원이 5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흑하랑'이 대표적인데요. 흑하랑의 락투신 함량은 1그램(g)당 3.74밀리그램(㎎)으로, 일반 상추보다 124배가량 많다고 합니다. 특정 상추 품종으로 품질을 인정받아 국립종자원에 품종이 등록돼 있고요. 흑하랑을 원료로 하는 천연 수면 캔디와 흑하랑으로 만든 수면차, 흑하랑 숙면 음료도 출시됐습니다.
숙면 효과와 별개로 상추는 건강에 좋은 채소입니다. 비타민A, 루테인, 칼슘, 철분 등 다양한 무기질이 골고루 들어 있습니다. 피부 개선과 골다공증, 빈혈 예방에도 도움을 주고요.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 동맥경화를 예방하기도 합니다. 다만 상추는 차가운 성질이 있어 몸이 차가운 사람은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아야 하고요. 또 상추 속에 다량 함유된 비타민K가 혈액 응고를 촉진할 수 있어 혈전용해제를 복용 중인 환자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