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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노·초' 가득…버거 매장에 숨겨진 '색채 심리학'

  • 2022.07.24(일) 10:05

[생활의 발견]버거점 '국룰' 색상 '빨강과 노랑'
색상 통한 '암시' 효과…기분·선택도 바꿔
버거 프리미엄화…기존 공식도 변화 추세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어린 시절 제게 맥도날드의 의미는 남달랐습니다. 지금이야 매장이 흔하지만 그 당시에는 큰 도시에 나가야 한번 가볼 수 있던 곳입니다. 서울에서 처음 맥도날드의 노란색 아치를 봤을 때 느낀 설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희 동네에 맥도날드가 생긴 것은 초등학생 무렵입니다. 근처 아이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던 기억이 납니다. 이때는 맥도날드에서 생일 파티를 하면 소위 '인싸'로 통했습니다. 빨간 머리의 노란색 옷의 맥도날드 피에로도 인기였죠.

이후부터 롯데리아, KFC 등 빨간색 간판의 햄버거점이 속속 생겨났습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붐이 한창 일던 시기였습니다. 가족끼리 햄버거로 저녁을 먹는 일도 많았습니다. 마치 지금의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말이죠. 당시 햄버거점은 '값싸고, 빠르고, 맛있는'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춘 만능 식당으로 통했습니다. 학창 시절 햄버거점은 일상이자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빨간색과 노란색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납니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 이번주 '생활의 발견' 주제가 있습니다. 햄버거점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햄버거점은 간판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빨간색과 노란색을 콘셉트로 삼고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햄버거 브랜드를 떠올려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음식점과 확연히 대비되는 차이죠. 햄버거점 특유의 '색깔'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맥도날드에 대한 제 기억이 빨강·노랑으로 고정된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왜 햄버거점은 유독 빨간색과 노란색을 강조하는 걸까요.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맥도날드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 직접 물었습니다.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빨강과 노랑이 햄버거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색이기 때문입니다. 햄버거의 백미는 소스입니다. 소스의 핵심은 빨간 케첩과 노란 머스터드소스입니다. 과거 햄버거는 한국에서 낯선 음식이었습니다. 대중화가 이뤄진 것은 1980년대부터입니다. 당시 햄버거의 성격을 잘 드러내기 위해 매장도 비슷한 색깔로 삼았던 겁니다. 햄버거를 바로 떠올릴 수 있게 말이죠. 일종의 '각인' 효과를 노렸던 겁니다.

식품 산업에서 색상은 중요합니다. 빨간색은 강렬하고 활력 있는 느낌을 줍니다. 색상 이론에 따르면 빨간색은 흥분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이기도 합니다. 명도가 높아 갓난아이가 처음으로 인지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노란색은 기쁨과 생기를 느낄 수 있는 색입니다. 햄버거점이 매장을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꾸미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파란색으로 매장을 꾸민다면 아마 손님은 없을 겁니다. 파란색은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빨간색과 노란색 인테리어에는 매장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습니다. 사실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내부를 디자인하면 편히 쉴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페와 햄버거점의 분위기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카페는 원목 계열의 어두운 색깔이 주를 이룹니다. 편히 쉬었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햄버거점은 메뉴판부터 의자와 테이블까지 밝은 톤의 색깔이 대다수를 이룹니다. 빠르게 먹고 자리를 떠나라는 '암시'를 주고 있는 겁니다. 

색상을 통한 암시를 노리는 건 피자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자도 햄버거와 비슷한 시기에 붐을 타기 시작한 음식입니다. 다만 색깔 전략에서 추가된 것이 있다면 형태입니다. 과거 피자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원형과 조각 모양을 마케팅에 주로 사용했습니다. 반죽을 공중으로 돌리는 퍼포먼스가 광고에 자주 나왔죠. 특히 빨간 페퍼로니와 소스가 뿌려지는 장면도 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쉐이크쉑 홍대점 전경./ 사진=SPC그룹

'햄버거=빨강·노랑' 전략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를 따르지 않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버거점 '쉐이크쉑(Shake Shack)'이 대표적입니다. 뉴욕 먹거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쉐이크쉑에선 빨간색과 노란색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로고도 경쟁사와 달리 녹색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쉐이크쉑이 노리는 것은 '차별성'입니다. 기존 버거점과는 다르다는 또 다른 '암시'를 대중에게 심고 있는 거죠.

웰빙 열풍에 최근 햄버거 시장은 프리미엄이 대세입니다. 녹색을 부각하면 사람들은 채소를 떠올리게 됩니다. '정크푸드'와 같은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쉐이크쉑은 매장 인테리어에서도 빨간색과 노란색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과 같은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거죠. 기존 이론을 뒤엎는 새로운 전략인 셈입니다. 기존의 빨간색과 노란색이 주는 효과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에 비춰 보면 무엇이든 절대적인 이론과 법칙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의 색깔만으로도 해당 브랜드의 전략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햄버거집 간판에 대한 비밀이 좀 풀리셨나요? 색깔의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인간의 잠재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수단이니까요. 기분과 선택마저도 바꾸게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색에는 의도가 배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꿀 같은 주말이 드디어 왔습니다. 주말에 사랑하는 사람, 친구들과 햄버거를 먹으며 색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떠실까요. 아마 재미있는 식사 시간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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