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가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연 SPC의 '쉐이크쉑'과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125m에 불과하다. 강남대로를 마주보고 맞대결을 벌여 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다만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쉐이크쉑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앞서 5월 비슷한 위치에 오픈한 '오바마 버거' 굿스터프이터리는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미국에서의 명성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샌프란시스코 접수하고 왔다
슈퍼두퍼는 미국 서부의 중심 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표 버거'로 손꼽히는 브랜드다.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가 미국 동부를 대표하는 버거라면 인앤아웃과 슈퍼두퍼는 서부 대표 버거로 불린다. 그동안 샌프란시스코 인근에만 14개 매장을 운영하다가 이번에 첫 글로벌 매장인 강남점을 오픈했다.
슈퍼두퍼 강남점은 총 120석 규모의 복층 매장이다. 오렌지 컬러를 베이스로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해 소비자들이 샌프란시스코 현지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슈퍼두퍼 버거의 가장 큰 특징은 'Juicy'다. bhc도 수차례 이 점을 강조했다. 사료를 먹이지 않고, 호르몬제나 항생제 투입 없이 방목해 기른 소로 패티를 만들어 차별화된 '육즙 가득한 패티'를 구현했다. 이밖에도 미국 현지 매장에서 사용 중인 소스, 매장에서 직접 담근 피클, 아우어베이커리와 손잡고 만든 스페셜 번(햄버거용 빵)을 사용했다.
bhc그룹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슈퍼두퍼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최고의 품질과 맛은 물론 트렌드에 맞는 공간을 통해 고객이 즐기고, 공유하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쉐이크쉑 강남 아성 무너질까
슈퍼두퍼는 강남에서 프리미엄 버거 시장의 1인자 '쉐이크쉑'과 정면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직선거리 120m, 도보 3분 거리에 자리잡은 데다 가격대와 메뉴 구성도 비슷하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피하다.
쉐이크쉑은 1만원대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연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6년 국내에 상륙한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현재 20호점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쉐이크쉑의 성공 이후 우후죽순으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생겨났다. 지금까지도 노티드를 만든 GFFG의 '다운타우너'와 함께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지난 5월 야심차게 쉐이크쉑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굿스터프이터리도 반 년만에 무릎을 꿇었다. '오바마 버거'로 브랜딩하며 국내에 진출했지만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쉐이크쉑과 비슷한 가격대지만 매장 규모가 작고 차별화된 맛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슈퍼두퍼 역시 쉐이크쉑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파이브가이즈, 인앤아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떨어진다. 매장 수 역시 3대 버거 브랜드들이 전세계에 수백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한 데 비해 슈퍼두퍼는 이번이 첫 해외 진출이다.
슈퍼두퍼의 시그니처 버거인 '트러플 버거', '아보카도 버거', '베이컨 에그 온 버거'는 다른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에서도 볼 수 있는 구성이다. 후발 주자인 만큼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움직이는 2030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가 부족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다만 쉐이크쉑의 국내 운영을 맡고 있는 SPC그룹이 최근 불매운동 이슈를 겪고 있는 점은 슈퍼두퍼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점이다. 굿스터프이터리가 폐점하면 인근에 쉐이크쉑을 대체할 수 있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마땅치 않다. 신규 오픈하는 슈퍼두퍼로 소비자들이 몰릴 수 있다.
그래서 '맛'은요
슈퍼두퍼의 대표 메뉴는 이탈리아산 생트러플을 사용한 '트러플 버거'다. AOP 트러플 버터와 볶은 포토벨로 버섯을 넣어 풍미를 더했다. 먹는 순간 트러플 풍미가 흘러나와 메뉴명을 모르고 먹어도 트러플 버거임을 알 수 있었다. 갓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패티도 'juicy'를 강조한 이유를 알 법했다.
가장 기본적인 버거 메뉴인 '슈퍼 싱글 버거'는 내추럴 비프 싱글 패티에 체다치즈와 토마토, 적양파가 토핑돼 있는 기본 버거다. 풍성한 채소와 함께 슈퍼두퍼만의 오리지널 소스의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미국 현지 매장과 동일한 캘리포니아산 99% 자연 치즈를 사용해 싱글 버거임에도 치즈의 진한 맛이 느껴졌다.
다만 31일 열린 시식회에서는 전반적으로 '느끼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패티가 육즙이 많고 진한 고기맛인데 소스 역시 마요네즈 맛이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툼한 번도 싱글 패티 기준으로 다소 양이 많았다. 이 때문에 패티의 소고기 맛이 빵에 눌리는 느낌이었다.
각각 1만3000원 후반대(트러플 버거), 9000원 선(슈퍼 싱글 버거)이라는 가격대도 다소 부담스럽다. 사이드 메뉴인 프렌치 프라이(4000원대 후반)·스위트 포테이토 프라이(7000원대)나 쉐이크(7000원 선)를 추가 주문할 경우 1인 메뉴 가격이 2만5000원을 넘는다. 경쟁자인 쉐이크쉑보다 10% 이상 비싼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