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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밀은 다시 새싹을 틔울 수 있을까

  • 2022.12.12(월) 06:50

푸르밀, 선택과 집중으로 회생 시도
'OEM' 사업 집중, 인력 구조 개선도
신뢰 회복·수익성 강화…‘첩첩산중’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푸르밀이 다시 경영 정상화를 시도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 개편으로 '회생'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가 직접 나서 향후 경영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앞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인력이 대거 이탈했고, 협력사와의 신뢰도 잃었다. 수익성을 낼 뾰족한 돌파구도 없다. 업계에서는 푸르밀의 경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사업'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최근 사업 정상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사업 종료를 선언하고 이를 철회 한지 한 달여 만이다. 푸르밀은 임직원 30%에 대한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 짓는 등 조직 슬림화에 집중하고 있다. 푸르밀 관계자는 "사업 정상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성수기가 시작되는 내년 6월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사업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동환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영등포 본사에서 사업 구조 개편 비전을 발표했다. 전 임직원이 참석한 자리였다. 신 대표는 앞으로 판매 제품군을 매출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생존을 위한 지표로 월 매출 9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월 매출인 약 150억원 대비 60% 수준이다. 푸르밀은 지난해 매출 18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124억원에 달했다. 

앞서 푸르밀은 지속적인 경영위기에 시달려왔다.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지 않고 우유에만 집중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여기에 오너 일가를 둘러싼 경영 자질 논란도 일었다. 직원들에게 개인 부동산을 관리시켰다는 의혹 등이 불거졌다.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한때 연간 3000억원을 기록하던 푸르밀의 매출은 2020년 1000억원 대로 내려앉았다. 

결국 푸르밀은 지난 10월 17일 "누적 적자를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이어 11월 30일부터 정리해고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농가와 노동조합, 대리점주, 운송회사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푸르밀은 합의를 통해 사업 종료를 20일 앞둔 시점에서 이를 철회했다. 푸르밀은 임직원 수 30%를 구조조정하는 방안으로 사업을 정상화시키기로 했다. 

어떻게 살리나

푸르밀이 내놓은 비전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푸르밀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시유'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시유는 원유를 살균하고 적당한 분량으로 포장해 시중에서 판매하는 우유를 말한다. 우유의 수요는 매년 줄어드는데 원가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데 따른 선택이다. 신 대표는 "이익이 나는 품목의 선별적 운영으로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대신 푸르밀은 ‘OEM’ 상품 유치를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OEM은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유통업체로부터 의뢰받아 상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거래처 경쟁이 치열한 일반 상품 우유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주문자와 관계만 잘 유지하면 지속적인 주문을 확대할 수 있다. 특별한 브랜드 마케팅도 불필요하다. 최소 투자로 최대 효율을 내겠다는 의도다. 

인력 구조 개편도 진행한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역피라미드’ 인력구조를 개선한다. 이는 푸르밀 '혁신'의 큰 걸림돌이었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검은콩 우유', '가나쵸코우유' 이후 특별한 스테디셀러를 배출하지 못했다. 경쟁사들이 젊은 인재를 수혈해 여러 히트 상품을 내놨던 것과 대조적이다. 아울러 푸르밀은 연공서열이 아닌 실적과 능력 중심의 인사 정책을 펴기로 했다. 

냉혹한 현실

다만 푸르밀의 눈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종료 선언과 철회를 반복하면서 협력사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거래를 터오며 쌓은 인적 네트워크와 친밀도는 기업의 대표 자산이다. 이를 회복하려면 다시 수년간의 시간 필요하다. 오너 리스크도 여전하다. 아직 신동환 대표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할지도 미지수다. 푸르밀은 이미 이전부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OEM사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대형업체들이 OEM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게다가 OEM 방식은 자체 브랜드 제품보다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2026년부터는 미국·유럽 등 수입 유제품이 무관세로 들어올 예정이라 전망은 더 어둡다.

사업 다각화 여부도 문제다. 이미 경쟁 업체들은 기존 우유 사업에서 손해를 보다라도 다른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매일유업은 건강기능식 브랜드 '셀렉스'를 론칭하고 단백질 음료 제품군을 강화 중이다. '어메이징 오트' 등 식물성 대체유 사업도 활발하다. 일동후디스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 빙그레 '더 단백'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이다. 반면 푸르밀은 아직도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분야가 없다. 우유와 유제품이 전부다.

앞으로도 저마진과 경쟁 심화 등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우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푸르밀이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던 자체브랜드(PB) 우유의 빈자리를 이미 경쟁사들이 채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종료 이전보다 더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빠르게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매각 카드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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