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주(酒)류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별도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가 하면 신제품 발굴과 개발도 활발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 사이에서 불었던 홈술·혼술 트렌드가 이제는 '대세'로 굳어지면서다. 업계는 과거 '미끼 상품'에 불과했던 주류를 이제는 편의점의 대표 상품으로 키워나간다는 목표다.
일제히 주류 '강화'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주류 테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기존 음용식품팀을 구성했던 주류 담당 직원들을 별도 TF로 구성했다. 이들은 앞으로 상품기획부터 판매까지 독립적으로 주류만 담당하도록 배치됐다. 앞서 CU는 지난 2020년 수제 에일 맥주인 '곰표 맥주'를 히트시킨 바 있다.
CU의 '맞수' GS25도 맞불을 놨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말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플랫폼 BU 산하에 주류 기획팀을 신설했다. 원소주 같은 히트 상품을 발굴해 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GS리테일 측은 "지난해 원소주와 버터맥주를 단독 출시해 완판을 이어간 만큼 신설 조직을 통해 내년에도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뛰어들었다. 이마트24는 기존 2명의 주류 상품기획자(MD) 규모를 두배로 늘렸다. 와인 2명, 위스키·전통주 1명, 맥주·소주 1명 등 총 4명이다. 세븐일레븐은 음료주류팀 MD 3명 중 2명이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하며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들이 직접 해외의 주요 주류 산지 와이너리를 방문해 소싱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술에 힘주는 '까닭'
주류 조직 확대 배경은 MZ세대의 '홈술·혼술' 트렌드에 있다. 당초 업계는 엔데믹이 시작되면 트렌드가 이전보다 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엔데믹에서도 건재했다. 다양한 주류를 경험해본 이들이 '홈술·혼술'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면서다. 이 때문에 젊은 층들이 고급술에 대한 주력 소비층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실제로 편의점의 주류 매출은 계속 증가세다. CU의 지난해 양주 매출은 전년보다 48.5% 늘었다. 와인, 전통주도 각각 19.6% 16.7%씩 늘었다. 같은 기간 GS25의 위스키, 와인 매출 증가도 각각 65.6%, 73.2%에 달했다. 이마트24 역시 양주와 와인 매출이 각각 117%, 8% 신장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지난해 전체 주류 판매가 전년보다 18% 늘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 간의 팬데믹으로 집에서 편하게 다양한 주류룰 소비하는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에서 주류를 구매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며 "엔데믹에도 트렌드가 바뀌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20·30대들의 주류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술의 '위상'
과거 주류는 편의점의 대표적인 미끼상품'으로 인식됐다. 편의점들은 주류를 비싸게 팔기보다 '번들' 등의 형식으로 할인해 팔았다. 소비자가 안주나 간식 등 다른 상품을 추가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규모의 경제'로 이득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고급주 등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직접 매출을 견인하는 상품이 됐다.
특히 주류는 젊은 층에 대한 '집객' 효가가 탁월하다. 값비싸고 다양한 주류에 대한 젊은 층의 수요가 나날이 커져서다. 업계는 연예인과 협업한 제품 등 이색 주류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었던 원소주와 버터맥주 열풍이 대표적이다. SNS 인증과 맛 리뷰 등 이슈가 되며 편의점에 젊은 층이 몰리는 효과를 냈다.
편의점 업계과 주류업계는 앞으로 주류 소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팬데믹 '집콕'으로 양주와 와인을 맛본 소비자들이 꾸준히 고급 주류를 찾고 있다. 여기에 맥주와 소주 등 전통적 주류의 판매도 다시 빠르게 늘었다. 엔데믹으로 소비자들의 외출이 늘면서 각종 회식과 모임이 늘어나면서다. 편의점 업계가 ’주류‘에 꽂힌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류는 방문객과 객단가를 높이는데 효과가 탁월한 상품"이라며 "이는 타 채널보다 구매력이 떨어지고 매장이 작은 편의점 입장에서 좋은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주(酒)도권을 위한 업계의 술 졍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