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스키 시장의 승자독식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유흥업소 매출이 급감했던 코로나19 시기를 버틴 골든블루가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전환된 감염병)이 본격화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한때 국내 시장을 주름잡았던 임페리얼·윈저 등의 로컬 위스키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반사이익도 컸다.
유흥업소 살아나자 골든블루 역대 최대 실적
10일 골든블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매출액은 2175억원으로 2021년 대비 57.8% 늘었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2019년 1688억원 △2020년 1270억원 △2021년 1378억원이다. 코로나19가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이후 차츰 실적 회복세를 보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것이다.
내실도 역대급이다. 작년 영업이익은 536억원으로 2021년 대비 173% 이상 급증했다. 업황 회복 영향도 있지만 정부 규제로 판촉비가 줄어든 요인이 주요했다. 앞서 2019년 정부는 주류판매 업체의 상품대금을 돌려주는 방식(리베이트)을 막기 위해 할인 판매에 제한을 뒀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형 도매장 등 유통 채널에 따라 판촉이 제한돼 있어서 마케팅 비용이 절감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의 비결은 엔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유흥업소 매출이 회복된 점이 꼽힌다. 유흥업소에 주로 유통되는 '로컬 위스키'에 주력해온 골든블루가 수혜를 입은 것이다. 로컬 위스키란 스코틀랜드 원액을 수입해 국내에서 병입하는 '국산 브랜드 위스키'를 말한다.
코로나19 여파로 '홈술·혼술' 트렌드가 확산된 반면 유흥업소 수요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골든블루는 위스키 제품 중 92%를 유흥업소에 납품하는 주류도매상에 유통하는 만큼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작년 4월 정부의 사회적거리두기 방침이 완전히 해제되고 유흥업소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레 골든블루 실적도 회복된 것이다.
작년 위스키 시장도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역성장한 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2019년 1억9836만 달러 △2020년 1억3246만 달러 △2021년 1억7534만 달러 △2022년 2억6630만 달러로 집계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등 경쟁사가 로컬위스키 사업 정리 수순을 밟으면서 반사이익을 받은 측면도 있다. 앞서 2019년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대표 상품 '임페리얼' 판권을 매각했다. 한때 위스키 시장을 주도했던 임페리얼은 2010년대부터 골든블루와 윈저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내려 앉으면서 경영 효욜화에 나선 것이다. 작년 디아지오코리아도 윈저 브랜드 매각에 나섰지만 불발되기도 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른 경쟁사들의 판매 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기 침체는 변수
실적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유흥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도 여전하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는 위스키 시장에도 타격을 미쳤다. 위스키 원재료인 보리 가격 상승과 물류 대란 영향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작년 골든블루 매출액 중 매출원가(899억원) 비중은 41.3%이었다. 작년(38.7%) 보다 상품 제조비와 매입비가 늘어난 것이다.
회사 측은 "위스키 시장이 일부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원자재, 물류비 등 상승이 계속된다면 올해 업황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골든블루는 시장 대응을 위한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매출 90% 이상이 위스키 '골든블루'에서 나오는 매출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골든블루는 작년 말 △노마드 아웃랜드 △올드 캐슬 등을 출시하면서 위스키 라인업을 강화했다. 올해 초에는 영국 프리미엄 위스키 맥코넬의 수입 유통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