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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방구석 위스키 먹어도 될까

  • 2023.01.29(일) 10:05

[생활의 발견]남은 '위스키' 즐기는 법
상하진 않지만 '풍미' 유지 기간 존재
파라필름, 바이알로 '변질' 늦추기 가능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아재술'로 유명한 위스키가 요즘 인기입니다. 2030 젊은 세대의 수요가 늘면서인데요. 저도 최근 술자리에서 종종 위스키를 맛보곤 합니다. 친구들과 작은 위스키를 사서 탄산수나 토닉워터를 부어먹는 식이죠. 이럴 때면 남은 위스키를 두고 고민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빨리 마시지 않으면 괜히 상할 것(?)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고가의 술이라 아까운 마음이 커집니다. 과연 개봉한 위스키는 언제까지 먹어도 괜찮을까요. 혹여 '변질' 되진 않을까요.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위스키는 사실 유통기한이 없는 술입니다. 그래서 위스키는 '영원의 술'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외신을 보면 150~200년이 된 위스키가 경매에 나와 고가에 낙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봉만 하지 않고 보관 방법을 잘 지키면 백 년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는 위스키의 높은 도수 덕분입니다. 20도 이상의 높은 알코올 도수에서는 미생물이나 세균이 증식하기 힘듭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위스키 알코올 도수는 대체로 38~43도 정도입니다.

페르노리카 시바스 리갈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그렇다면 위스키는 그냥 아무렇게나 놔둬도 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먹어서 탈이 안 나는 것과 색이나 술맛이 변한다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요. 특히 뚜껑을 개봉했다면 위스키도 어쩔 수 없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공기와 닿는 접촉면이 늘면서 산화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독한 향을 날리는 '브리딩(Breathing)'을 위해 한 달 정도 일부러 병을 개봉해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위스키는 와인과 같은 숙성주가 아니라 브리딩이 필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유통기한은 없지만 '최적의 풍미'를 즐길 기간은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류 업계에서는 위스키가 절반 정도 남은 상태라면 2년 이내, 병에 4분의 1 이하로 남았다면 6개월 안에 모두 마시는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늦추고 싶다면 최대한 밀봉을 해야 합니다. 주류나 식품을 밀봉할 때 쓰는 '파라필름'으로 병목을 싸매는 것이 주로 쓰이는 방법입니다. 이외에도 '바이알'이라고 불리는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병에 남은 위스키를 옮겨 담아 밀봉하기도 합니다. 

물론 개봉 여부를 떠나 위스키는 보관이 매우 중요한 술입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본래의 풍미를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위스키를 와인처럼 눕혀 보관하는 겁니다. 자세히 보면 와인과 위스키의 코르크 마개는 다릅니다. 와인은 오프너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길쭉한 코르크 마개를 통해 밀봉을 합니다. 반면 위스키의 코르크는 손으로 딸만큼 헐겁습니다. 위스키를 눕혀서 보관하게 되면 이 코르크 마개가 삭아서 망가지거나 술이 샐 수도 있습니다.

(좌) 파라필름으로 병목을 밀봉한 위스키, (우) 남은 위스키를 담는 바이알 병 / 사진=온라인커뮤티니

위스키 도수가 와인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코르크 성분이 술에 흡수돼 위스키 맛이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위스키는 와인과 달리 어떤 경우라도 꼭 '세워서' 보관해야 합니다. 빛도 신경써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위스키에 들어가는 카라멜 색소는 햇빛에 쉽게 파괴되는 성질을 가집니다. 베란다에 놔둔 위스키가 갈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했다고 하는 사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죠. 그래서 바(BAR) 등 술집에선 전시용 위스키로 대부분 '더미 위스키'를 씁니다. 

온도가 높은 곳도 멀리해야 합니다. 온도가 높다면 개봉하지 않았더라도 위스키 증발량이 높아집니다. 풍미를 내는 '파르펜'이라는 유기 화합물도 분해되어 맛도 빨리 변하게 됩니다. 냉장 보관 등 낮은 온도도 맛을 해칩니다. 분자 활동이 활발하지 못해 향이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지하실처럼 습기가 많은 곳에 와인처럼 보관하는 분도 있는데요. 이 역시 곰팡이 등 때문에 병이나 라벨이 변질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개봉한 후라면 더더욱 지하실 같은 곳은 피해야 합니다. 

스카치 위스키 협회에 따르면, 위스키의 적정 보관 온도는 15~20℃ 사이입니다. 가장 좋은 보관 방법은 구입 시 받은 상자나 통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넣어두고 햇빛을 피해 보관하는 겁니다. 아버지들이 박스에 넣은 위스키를 장식장에 고이 모셔뒀던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저는 그저 '멋' 때문인줄 알았거든요. '영원의 술'이라고 해서 방구석에 방치해뒀던 저를 반성해 봅니다. 여러분들도 남은 위스키를 잘 관리하셔서 좋은날, 좋은 사람들과 맛 좋은 위스키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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