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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도 성에 안 차"…마트·편의점 '박리다매' 전쟁의 끝은?

  • 2023.04.05(수) 06:50

1000원대 도시락, 780원 버거 등장
유통업체 '1+1', '반값' 등 할인 경쟁

한 주부가 마트에서 가격표를 살피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유통업계의 초저가 할인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반값 할인은 기본이고 가격을 완전히 파괴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이익을 적게 보고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이 점점 굳어지는 양상이다. 그만큼 소비 침체가 극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 양극화 역시 깊어지고 있다. 어중간한 가격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마트, 편의점이 박리다매에 빠진 이유다. 

1500원 도시락 등장

5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이마트24는 최근 1500원 도시락을 내놨다. 웬만한 과자 한 봉지보다 싼 상품이다. 이 도시락은 밥과 볶음김치로만 구성해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24에 따르면 해당 도시락은 최근 일주일간 일반 도시락보다 약 2배 더 팔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고물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보통의 가성비보다 가격을 더 낮춘 제품을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이마트24 1500원 도시락인 '원더밥'을 먹고 있는 손님 / 사진=이마트24

GS25에서는 780원 버거가 등장했다. 이 상품의 원래 가격은 3900원이다. 하지만 통신사 할인·행사 카드 등을 적용해 최대 80%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세븐일레븐도 이달 초 삼각김밥과 사이다를 550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펼쳤다. 원가격(2500원)보다 78% 할인된 가격이다. 다음달에는 음료·아이스크림 100여 종에 1+1 혜택을 적용하는 세일도 연다.

CU는 이달 할인 프로모션 적용으로 2000원에 살 수 있는 '백종원 제육 한판 도시락'을 내놨다. 2주 만에 100만 개가 팔렸다. 앞으로 CU는 매달 1일부터 11일까지 인기 상품을 할인하는 '쓔퍼세일'도 펼친다. 주로 생수와 즉석밥, 탄산음료, 세제 등 구매 빈도가 높은 제품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편의점 업계의 주력 상품이 담배나 주류였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언제나 할인에 할인 
 
대형마트에서도 초저가를 내세운 행사가 한창이다. 이마트는 지난 1~2일 이틀간 식품, 생활용품, 가전 등 100여 개 상품을 1+1, 또는 50% 할인했다. 상반기 최대 할인 행사인 랜더스 데이를 통해서였다. 주말 쇼핑을 나온 가족 고객들이 이어지며 이마트 주요 매장에 긴 줄이 늘어섰다. 이마트에 따르면 랜더스 데이 행사 매출은 전년 대비 21% 확대됐다. 

이달 1~2일 진행된 랜더스 데이 행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롯데마트는 지난달 30일부터 2주 동안 '온리원세일' 행사를 진행 중이다. 식품과 생활용품 100여 종을 반값에 판다. 롯데마트 역시 1+1와 50% 할인이 핵심이다. 가성비 치킨으로 이름을 알린 '큰 치킨'은 1만4800원에서 53% 더 할인해 6980원에, 광어회(大)도 50% 낮춰 1만9800원에 판매한다. 홈플러스도 지난달 30일부터 한우 암소, 삼겹살, 대게, 참외 등을 반값에 내놓고 있다.

사실상 행사가 없는 날이 없을 정도다. 대형마트는 자사 온라인몰까지 연계해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마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서 박리다매 형태의 할인 행사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의 지갑이 잘 열리지 않으니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차라리 박리다매

이처럼 초저가 판매 트렌드는 불황의 전형적 표본이다. 배경은 역시 고물가다. 치킨, 생수, 커피, 주류까지 모든 제품이 또 들썩인다. 교촌치킨은 이달 3일 주요 제품의 가격을 500~3000원 인상했다. 이외에 롯데웰푸드, CJ제일제당 등도 지난달 가격을 올리려다가 정부의 눈치에 보류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사들은 이들과 합의해 많은 물량을 행사가로 매입해 파는 것이 이득이다. 

이익은 줄어도 고객을 끌어들여 물건을 파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소비가 얼어붙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0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03.20)와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팬데믹때 보다 소비 심리가 떨어진 셈이다. 

현재 소비는 극단적인 양극화로 굳어지고 있다. 극도로 비용을 줄이는 소비와 초고가의 제품·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가 동시에 나타난다. 아예 비싸거나 저렴해야 소비자 선택을 받는다. 명품 브랜드는 지금도 자신 있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샤넬은 지난달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6% 인상했다. 애매한 중간 가격은 설 자리가 없다. 업계가 초저가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박리다매는 수익성은 악화하는 판매 구조"라며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나타날 수 있어 산업 발전 측면에 있어서도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불황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무조건 소비를 줄이진 않는다"며 "전체적으로 초저가를 내세우지만 한쪽에선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전략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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