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기온이 많이 떨어졌네요. 이제 정말 겨울이 온 모양입니다. 최근 저는 겨울맞이 니트를 장만했습니다. 백화점을 둘러보다보니 어떤 니트는 100만원 이상인가하면 2만원대의 제품도 있었습니다. 문득 좋은 품질의 니트를 고를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졌습니다. 니트를 구매할 때 까슬거리진 않는지, 따뜻한지, 보풀(필링)이 잘 일진 않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 고려할 사항이 참 많습니다.
캐시미어, 울, 아크릴, 나일론, 레이온, 폴리에스터 등을 다양한 원사로 만들어진 니트들 중에 품질 좋은 니트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소재부터 혼용률 등 니트를 구매하실 때 참고할 수 있는 팁을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울 100%'가 무조건 좋다고?
니트(편직물)는 일반 직물(우븐) 소재에 비해 부드럽고 유연성이 뛰어납니다. 니트웨어 특유의 우아함과 포근함, 따뜻함은 일반 원단의 옷으로는 대체 불가합니다. 반면 보풀이나 변형을 막기 위한 세탁 등 관리법이 기존 직물에 비해 까다롭습니다.
요즘엔 소비자들도 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케어라벨'을 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따뜻한 니트를 고를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바로 '혼용률'과 '두께' 입니다. 우선 혼용률을 보실 때 주 소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캐시미어, 울, 알파카 등 고급 천연소재로 만든 니트는 보온성이 높습니다. 그중 보온성이 가장 뛰어난 소재는 단연 캐시미어입니다. 캐시미어는 일반 양모인 울에 비해 모가 가는데요. 모가 가늘고 길수록 터치감이 부드럽고 공기층을 잘 형성해 보온성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캐시미어는 울보다 3배 정도 보온력이 높고, 고급 캐시미어의 경우 울보다 7배까지도 보온력이 차이가 난다고 하네요. 또 같은 천연 소재라도 원산지에 따라 품질이 다른데요. 캐시미어의 경우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내몽고산의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울도 다 같은 울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울에는 공정을 거치지 않은 새로운 양모인 '버진 울'부터 '메리노 울', '램스 울'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메리노 울은 메리노라는 품종의 양털입니다. 구김이 잘 가지 않고, 때가 잘 묻지 않으며 신축성과 회복력이 뛰어납니다. 램스 울은 생후 1년 이내의 어린 양의 털로, 가늘고 부드러우며 보온성이 좋은 대신 비싸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울 100%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울은 재활용을 하기 좋은 소재입니다. 잘게 다진 울을 다시 뭉쳐서 또 다른 옷을 생산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재활용 울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상품에 표기할 의무는 없습니다. 대신 재활용 울로 만든 니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편입니다.
천연 소재는 가볍고 따뜻하지만 관리와 세탁, 보관이 힘들고 가격이 비쌉니다. 그 탓에 일상에서 편하게 입기는 어려운데요. 이에 나일론이나 아크릴,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를 적절히 혼용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합성 섬유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온성은 낮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최근 보온성이 뛰어나지만 가볍고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주는 캐시미어 소재가 인기입니다. 캐시미어가 5% 미만으로 들어가 있어도 ‘캐시미어 블렌드’를 앞세워 캐시미어 스웨터로 제품을 홍보하는 브랜드들이 많은데요. 제품 가격 대비 캐시미어 함유량과 합성 섬유의 혼용율을 잘 살펴보면서 구매하시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같은 울이나 캐시미어라도 실의 두께와 감촉, 조직감에 따라 따뜻함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실이 더 두껍고 보슬보슬한 촉감을 가질 수록, 조직이 더 촘촘하고 두꺼울수록 보온성이 높아집니다.
비싸게 주고 샀는데…'보풀'이 웬말
니트를 입다보면 보풀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데요. 천연소재 니트일수록 가격이 비싼데요. 비싸게 주고 샀는데 보풀이 생겨서 속상하셨던 적 있으실 겁니다. 보풀은 혼용율이나 소재로만은 판단할 수 없고, 원사를 가공하는 방법이나 조직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울이나 캐시미어, 알파카 같은 부드러운 천연 소재가 보풀이 많이 나는 편인데요. 대신 천연소재 니트들은 보풀이 일더라도 합성 섬유에 비해 보풀 제거가 쉽습니다. 반면 아크릴 등이 함유된 합성섬유는 원사가 강해서 보풀을 손으로 제거하기 쉽지 않다고 하네요. 물론 어느 원사나 손으로 보풀을 뜯는 건 옷이 상할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풀이 덜 생기는 니트 고르는 팁도 있습니다. 실이 얇고 고운 '파인(Fine) 원사'로 제작된 경우도 마찰에 좀 더 강해 보풀이 덜 생긴다고 합니다. 외관이 매끄럽고 힘 있는 조직일수록 보풀이 덜 생깁니다. 또 같은 소재라도 골이 굵은 조직감 있는 니트는 보풀이 일더라도 잘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니트계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소재인 'RNPBT 원사'가 혼용된 제품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RNPBT는 비스코스 레이온, 나일론, 폴리에스터로 구성된 혼사로 광택과 보온, 주름, 탄성, 보풀까지 모두 잡아 톡톡하면서도 부드럽고 내구성이 좋습니다.
디자인 따라 가격도 달라져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일 겁니다. 소재는 같은데 값은 천차만별이죠. 앞서 말씀 드린 원사의 차이도 있지만 디자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꽈배기 니트처럼 디자인이 가미된 니트는 추가 조직을 구성하는 만큼 니트가 더 들어가 가격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또 두껍게 짜고 오버사이즈일수록 원사가 더 많이 적용돼 가격이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가격을 정하는 건 브랜드 파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명 브랜드 니트의 가격이 보세에 비해 판매가가 몇 배 높다고 해서 제작비용이 그에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브랜드 값이 추가된다는 의미입니다.
겨울철 옷은 여름철 옷에 비해 가격대가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체형에 맞는 니트를 고르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꽈배기 니트나 아란 니트 등 입체적인 무늬가 적용된 벌키한 조직의 니트는 뚱뚱해보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마름모꼴 패턴이 들어간 아가일 니트의 경우는 굴곡진 몸매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니트 잘 고르는 팁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현명한 소비를 하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추운 겨울, 따뜻하게 옷 잘 챙겨입으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