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경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최근 '배민1플러스'를 출시하면서 쿠팡이츠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쿠팡이츠는 배민1플러스를 이용 중인 점주들에게 쿠팡이츠 고객 배달팁을 배민과 똑같이 맞추지 않으면 '10% 할인 혜택'을 거두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하향 조정한 배달팁만큼 점주가 부담을 져야 한다. 난감해진 일부 점주들은 탈퇴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자 배민이 나섰다. 배민은 점주들의 배민1플러스 이탈을 막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쿠팡이츠 "배민과 배달팁 똑같이"
최근 배민과 쿠팡이츠의 서비스를 모두 이용중인 식당 점주들이 쿠팡이츠로부터 '와우할인 뱃지 회수 예정' 관련 문자, 전화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민의 고객부담 배달팁이 쿠팡이츠보다 낮게 운영되자, 쿠팡이츠가 와우할인 대상 제외를 앞세워 입점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도 쿠팡이츠의 연락을 받았다는 후기가 다수다. 한 점주는 배민과 쿠팡이츠에 입점해 고객 부담 배달팁을 3500원으로 설정해 가게를 운영해왔다. 이후 배민1 플러스 가입 전환으로 배달팁이 3200원으로 내려가자 쿠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 점주는 "쿠팡이츠 측으로부터 배민1 배달팁이 자기네에 비해서 300원 싸다고 자기네 배달팁을 내리지 않으면 와우할인 박탈하겠다고 하네요"라며 "을 중의 을인 자영업인데, (주문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와우할인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 업주는 결국 배달팁 300원을 낮춘 배민1 플러스 가입을 포기하기로 했다. 결국 배달비는 3500원으로 조정했다.
배민1플러스 vs 와우할인
배민1플러스는 배민이 중개부터 배달까지 직접 책임지는 자체 배달 서비스 두 종류를 합친 서비스다. 지난 14일 론칭했다. 그동안은 배민 라이더가 한 건만 배달하는 '한집배달'과 동선에 따라 최적 묶음배달로 배달비를 낮춘 '알뜰배달'을 둘 다 이용하려면 점주가 각 서비스를 가입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배민1플러스에 가입하면 두 서비스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다.
배민1플러스 가입 시 가장 큰 변화는 점주가 정해왔던 주문고객 배탈팁을 배민이 책정한다는 점이다.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는 점주와 주문고객이 나눠 부담한다. 기존엔 점주들이 자신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문 고객 배달팁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면 배민이 주문금액, 거리, 시간대별 수요 등을 고려해 최적의 금액으로 자동 설정한다. 대신 음식점주 부담 배달비는 2500~3300원선에서 책정된다. 즉, 배달팁 수준을 낮춰 주문 수를 늘리기 위해 마련된 서비스다.
쿠팡이츠의 '와우 할인'은 쿠팡 유료멤버십 '와우' 회원이 쿠팡이츠를 이용하면 음식값의 최대 10%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다. 와우할인 적용 매장은 쿠팡이츠가 선정한다. 선정 기준에는 고객부담(주문고객) 배달비, 최소 주문 금액, 메뉴 가격 등이 포함돼 있다. 안내문에는 '점주가 여러 배달앱을 이용하는 경우, 쿠팡이츠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주문 조건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적혀있다.
쿠팡이츠는 10% 할인 정책 비용을 쿠팡이츠가 전액 부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와우할인 적용 매장에 선정되면 음식점주는 최소주문금액, 고객부담 배달비, 메뉴가격, 쿠폰 혜택 등 매장 운영 전반을 타 배달앱과 동일하게 설정, '와우할인 가게'로 노출된다. 와우할인가게에 선정된 음식점주가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나 수수료는 없다. 배달비가 저렴할수록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한 음식점주는 "쿠팡이츠는 배민보다 수수료도 높고 주문수도 다르지만 아예 안 쓸 수는 없다"면서 "와우회원 뱃지가 사라지면 사실상 주문 자체가 들어오지 않아 울며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배민1플러스의 중개수수료는 6.8%, 배달비는 건당 2500~3300원이 부과된다. 반면 쿠팡이츠의 기본상품 중개수수료는 9.8%, 배달비는 5400원이다. 이 배달비에서 주문고객배달팁을 업주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배민1플러스가 책정한 배달팁에 맞춰 쿠팡이츠 배달팁을 조정하면 점주가 그만큼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배민1플러스 지키기 나선 배민
쿠팡이츠가 점주들 단속에 나서자 배민도 반격을 시작했다. 배민은 지난 30일 '배민1플러스 사장님의 가게 운영 권리보호를 위한 지원 안내' 공지를 올렸다. 배민1플러스에 가입한 이후 쿠팡이츠 와우할인 적용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배민1플러스의 해지 여부를 고민하는 음식점주들을 잡아두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배민은 가게명부터 사업자번호, 쿠팡이츠 와우할인 제외 현황 캡처 이미지 등을 포함한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지원책은 △가게 첫 주문 15% 바로사용쿠폰 3개월간 무제한 지원 △배민 앱 대상 가게에 방문한 모든 고객이 다운로드해 사용 가능한 10% 더하기 쿠폰 제공 △우리가게클릭 광고비 3개월간 월 최대 20만원 지원 등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민 내에서 자유롭게 상품에 가입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업주분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 커질까
일각에선 배민이나 요기요 등 다른 배달앱은 식당점주에게 쿠팡이츠의 입점조건 등에 관여하지 않는 만큼 쿠팡의 와우할인 선정 기준은 일종의 '최혜대우 요구'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혜대우 요구란 자사 온라인 플랫폼상의 거래조건을 타 유통 채널 대비 동등하거나 유리하게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한 대형로펌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쿠팡이츠의 와우할인 관련 정책은) 입점점주에 대해 이른바 최혜대우를 요구한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에 대한 배달팁 인하를 막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부담배달팁은 주문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보니 쿠팡이츠가 와우회원 할인 조건을 보다 까다롭게 모니터링하고 업주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이츠 고객은 와우회원 할인 대상 가게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주 입장에서는 와우할인 가게가 되기 위한 조건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와우할인 적용 매장을 하나, 둘 탈락시키다보면 와우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할인 음식점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배달앱 이용이 예전보다 줄어들어 업황을 회복하기 위해선 배달비 부담을 줄이는 게 관건인 상황인데 점주들에게 괜한 혼란을 야기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