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최근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티(PE)로부터 CJ올리브영의 지분을 되사오는 절차를 마무리 했다. 이에 따라 CJ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CJ그룹 오너 3세 승계 과정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CJ올리브영이 상장 대신 지주사 CJ와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상장 차익 대신 엑시트
글랜우드PE는 최근 보유 중이었던 CJ올리브영 지분 전량(22.6%)을 CJ그룹과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CJ올리브영이 자사주 형태로 11.3%를 사들이고, 재무적 투자자(FI) 신한은행이 참여한 SPC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11.3%를 인수하는 형태다. 거래금액은 총 7800억원이다.
앞서 글랜우드PE는 지난 2021년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CJ올리브영에 414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22.6%를 확보했다. CJ올리브영은 같은해 11월 미래에셋과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간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그러나 2022년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적정 가치를 인정 받기 어려워지면서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
그 사이 올리브영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CJ올리브영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1년 2조1192억원에서 지난해 3조8682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378억원에서 4607억원으로 급증했다.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도 크게 뛰었다. 최근 글랜우드PE가 엑시트한 금액을 기반으로 추정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3조4500억원에 달한다. 글랜우드PE가 CJ올리브영 프리IPO에 나섰던 2021년 당시(1조8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CJ올리브영의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이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을 사실상 완전히 장악한 데다, 최근 헬스케어 카테고리에 힘을 주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CJ올리브영이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5조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낮아진 상장 필요성
이런 상황에서 글랜우드PE가 상장 차익을 택하는 대신 투자금을 회수하자, 일각에서는 CJ그룹이 올리브영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CJ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분 확보나 증여세 등을 위한 승계 자금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CJ올리브영은 CJ그룹 3세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오너 3세가 보유한 올리브영 지분을 승계 자금 마련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CJ올리브영의 최대주주는 지주사 CJ(51.15%)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11.04%, 장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4.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전 CJ그룹 부회장(4.64%)과 그 자녀 이소혜·이호준(각각 2.83%) 씨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동안은 CJ올리브영이 상장을 하고 오너 3세들이 구주 매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CJ 주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지주사 CJ와의 합병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지주사 CJ가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고 CJ올리브영 주주들은 합병의 대가로 올리브영 주식과 CJ 지분을 교환하는 시나리오다.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CJ 지분은 늘어난다. 상장을 통해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합병으로 직접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는 게 주주들에게는 더 유리할 수 있다.
게다가 CJ올리브영이 이번에 글랜우드PE부터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오너들의 지분율은 더 상승하기 때문에 지주사 주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에도 이경후·이선호 경영리더는 CJ올리브영(당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활용해 CJ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CJ그룹이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부문과 올리브영으로 분할하고 IT부문을 CJ의 자회사로 만들면서 이경후·이선호 경영리더 등 CJ올리브네트웍스 주주들은 지주사 주식을 교환 받았다.
여기에 CJ올리브영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만 4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IPO를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도 사라졌다. 업계 등에 따르면 CJ그룹 내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활발했던 CJ올리브영 상장 논의가 올해 들어서는 잠잠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J그룹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의 상장에 관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