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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올림픽 특수'…유통업계 "그래도 기회는 있다"

  • 2024.08.03(토) 13:00

[주간유통] 파리 올림픽과 유통업계
개막 후 선전 중이지만 특수는 없어
브랜드 이미지 살린 마케팅 눈길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올림픽의 추억

지난달 27일 파리 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어느 올림픽 때나 늘 개막 전에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막 전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한국의 이번 파리 올림픽 금메달 갯수를 총 5개로 예상했습니다. 양궁 남녀 단체·혼성전, 배드민턴 남자 복식·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만 금메달이 나올 것으로 봤죠.

하지만 불과 한 주가 지난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미 SI의 예상을 뛰어 넘었습니다. 펜싱 남자 사브르는 단체전뿐만 아니라 개인전까지 쓸어왔구요. 사격에서도 메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양궁은 말을 얹을 필요가 없을 것 같고요. 이밖에도 유도와 복싱, 탁구 등 최근 부진했던 종목들에서도 메달 소식이 들립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이 은메달을 딴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 동메달을 획득한 루이지 사멜레와 셀피를 찍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게티이미지

저의 첫 하계 올림픽 기억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TV를 틀었는데 개막식을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봉주 선수의 역주도 생각납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사격의 강초현 선수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저도 팬레터를 보냈었습니다. 벌써 20년 이상이 지난 일인데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납니다.

오히려 더 최근에 치러진 올림픽들에 대해서는 희한하게도 이렇다 할 기억이 없습니다. 집에서 느긋하게 TV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아서이기도 할 거고요. 상대적으로 올림픽에 점점 관심이 줄어든 탓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닌가 봅니다. 올림픽 시즌이면 들뜨던 유통업계가 이번에는 무척 조용합니다. '올림픽 특수'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올림픽 특수

예전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 행사가 예고되면 유통업계도 이에 맞춰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기간에는 밤 늦게까지 중계를 보면서 야식을 구매하거나 스포츠용품을 구매하는 등 소비가 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통상 글로벌 스포츠 행사가 있으면 매출이 10% 이상 늘어난다고 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이야기를 듣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매출 증가 효과가 있긴 하지만 너무 미미해서 눈에 띄는 수준도 아니고, 장마나 무더위 등 다른 영향이 더 크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올림픽에 대한 관심 저하일 겁니다. 더이상 '금메달 갯수'가 온 국민의 관심사가 아닌 거죠. 술집에 가도 올림픽이 아닌 프로야구를 틀어주는 곳이 더 많다고 합니다.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혼자 올림픽을 시청하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의 파리 올림픽 특별 페이지./사진제공=네이버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메달리스트들이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던 90년대와 달리 지금은 '성공한 개인'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졌습니다. 좋은 결과를 낸 노력과 성과는 훌륭하지만 예전처럼 온 나라가 축하해줘야 하는 이슈는 아니라는 생각이 더 많아진 겁니다. 열광하는 사람이 줄어드니 이를 이용한 마케팅도 줄어드는 건 당연할 겁니다. 

올림픽 마케팅에 대한 빡빡한 규제도 한 몫 했습니다. 공식 스폰서가 아니면 올림픽과 관계된 마케팅을 할 수 없죠. 올림픽 개막을 전후해 제가 받은 기업들의 올림픽 관련 자료도 거의 대부분이 코카콜라와 오비맥주 등 공식 스폰서의 자료였습니다. 예전처럼 온갖 기업들이 올림픽으로 이벤트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겁니다.

가장 아쉬워하는 건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입니다. 특히 치킨이나 족발 등 야식 메뉴를 판매하는 업주들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주문량에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차라리 올림픽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사장님들도 있으니 말 다 한 거죠.

'노오력'이 필요해

그렇다고 그냥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겠죠. 이전처럼 가만히 있어도 매출이 늘어나는 세상이 아니라면 뭔가 해야 할 겁니다. 세상이 달라졌으면 달라진 세상에 맞춰 마케팅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요. 

무신사스탠다드는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의 단복을 디자인했습니다. 이 단복은 IOC가 뽑은 '톱 10 단복'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무신사스탠다드라고 하면 저렴하고 무난한 옷을 만들어 파는 스파(SPA)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올림픽 선수단 단복을 통해 고급스러운 디자인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이랜드그룹의 SPA 브랜드 스파오가 제작한 패럴림픽 선수단복도 호평입니다. 세련됐으면서도 한국의 전통미를 잘 녹여낸 디자인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랜드 스파오가 제작한 파리 패럴림픽 대한민국 대표팀 단복/사진제공=이랜드

올림픽이 파리에서 열린다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도 눈에 띕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부터 파리를 연고로 한 명문 축구 클럽 파리 생제르망과 손잡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는데요. 올해엔 올림픽을 맞아 텀블러와 우산 등을 내놔 재미를 봤습니다. 또 프랑스 정통 가정식인 '코코뱅'을 메뉴로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죠. 

유통 채널들도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올림픽이나 스포츠 관련 용품을 할인 판매하는 마케팅을 넘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랑스 관련 인문학 강좌를 준비했고요. GS25는 최고 2000만원이 넘는 파리올림픽 기념 주화를 공수해 '굿즈 수집 열풍'에 올라탔습니다. 

CJ온스타일은 '재방송 타임'인 새벽에 본방송을 편성했습니다. 올림픽을 보다가 늦게 잠이 드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겁니다. 지난 27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새벽 2시~5시30분 새벽 생방송을 진행해 목표 대비 120~200%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CJ온스타일은 오는 10일과 11일에도 생방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남자 양궁 국가대표(김우진·이우석·김제덕) 및 코칭스태프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왼쪽 넷째)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파리 대회 남자양궁 단체전 우승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양궁협회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양궁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후 SNS 등에서 이우석 선수의 사연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 선수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선발전에서 4위에 머물러 3명이 가는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었는데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에 승선했지만 코로나19로 올림픽이 한 해 미뤄졌고 선발전이 다시 열리면서 탈락했습니다. 누구든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파리 올림픽에 왔고, 금메달을 땄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기업은 올림픽 특수가 없다고 불평을 합니다. 다른 기업은 그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런저런 마케팅을 시도합니다.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언젠간 이런 노력이 쌓여 결과가 만들어질 겁니다. 3전 4기의 이우석 선수가 따낸 금메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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