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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조 넘겼는데…쿠팡, '공정위 제재'에 적자 전환

  • 2024.08.07(수) 15:22

과징금 1600억 선반영·파페치 손실 탓
C-커머스 진출에도 높은 성장 유지

/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이 지난 2분기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과 최근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 손실 탓에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C-커머스 공습,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등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은 쿠팡에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역대 최대 매출인데

쿠팡은 지난 2분기 매출액이 10조357억원(73억23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7조6749억원(58억3788만달러)과 비교해 30% 늘어났다고 7일 밝혔다. 지난 1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넘긴 데 이어 2분기에는 10조원까지 넘어섰다. 지난해 인수한 파페치 매출(6304억원·4억6000만달러)을 제외하더라도 쿠팡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3% 성장했다.

매출은 신기록을 썼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하며 의미가 퇴색됐다. 쿠팡은 2분기 영업손실 342억원(25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후 8개 분기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분기 당기순손실 1438억원(1억500만달러)을 기록해 역시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2분기 쿠팡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940억원(1억4764만달러), 1908억원(1억4519만달러)였다. 모두 쿠팡의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었다.

/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은 "파페치의 영업손실과 한국 공정위가 부과할 과징금 추정치인 1억2100만달러(약 1630억원) 반영이 적자의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아직 과징금을 납부하지는 않았으나 미국 회계 기준의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과징금을 2분기 판매관리비에 선반영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쿠팡이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고 쿠팡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당초 과징금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쿠팡의 행위와 관련해 잠정적으로 1400억원으로 결정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 5일까지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추가한 최종 의결서를 조만간 쿠팡에 송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종 과징금이 16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견고한 성장

쿠팡의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는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2분기 프로덕트 커머스의 매출액은 8조8132억원(64억3100만달러)으로 지난해 2분기(7조4694억원)보다 18% 늘었다.

신사업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대만·쿠팡이츠·파페치 등 성장사업 부문의 2분기 매출은 1조2224억원(8억92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6배 가량 성장했다. 올 1월 인수한 파페치의 매출을 제외하더라도, 성장률은 188%에 달한다. 다만 성장사업의 조정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 손실은 2740억원(2억달러)로, 전년 동기(9300만달러)보다 두배 가까이 늘며 적자가 늘었다. 이는 파페치로 인한 손실(3100만달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쿠팡은 신사업의 적자 증가에도 불구 높은 성장세을 보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이츠에 대해 "와우 멤버십에 무료 배달 프로그램을 실시한 이후 고객 유입이 꾸준히 상승 궤도를 달리고 있다”며 “쿠팡이츠 입점 식당들의 거래량은 3개월 만에 평균 30% 가까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또 대만사업에 대해서는 "수 만개의 한국 기업이 대만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한국 기업의 대만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실을 키운 '주범'인 파페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파페치는 연말까지 조정 에비타(EBITDA) 흑자에 근접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올해 목표 달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쿠팡은 2년만의 분기 적자에도 불구, 재무건전성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업체의 유동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쿠팡의 12개월 누적 영업 현금흐름은 22억달러로, 전년 대비 2억5000만달러 늘었다. 잉여현금흐름도 15억달러로 4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2분기 쿠팡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억3600만달러(7조5867억원)으로 지난해 말(52억4300만달러)보다 확대됐다.

가격 인상 영향은 '글쎄'

쿠팡은 최근 C-커머스의 공세와 월 회비 인상 등 대내외 리스크에도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초저가' 상품을 내세운 중국 이커머스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쿠팡을 위협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1~7월 누적 결제추정금액은 2조2938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결제 추정금액(2조3227억원)에 육박했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쿠팡의 경쟁력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겹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이 공산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C-커머스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C-커머스의 빠른 성장에도 쿠팡이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갈아치우면서 이 같은 우려는 기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의 가격 인상 영향도 2분기에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쿠팡 프로덕트 커머스의 2분기 활성고객 수는 2170만명으로 전년(1940만명)보다 12% 늘었다.

/그래픽=비즈워치

앞서 쿠팡은 지난 4월 와우 멤버십 요금을 기존 월 4990원에서 월 7890원으로 인상했다. 신규 회원의 가격 인상은 4월 13일부터 적용됐고, 이날(7일)부터 기존 회원의 요금도 오른다. 멤버십 가격이 오르면서 쿠팡을 이탈하는 이른바 '탈팡족'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활성고객 수 등 지표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21년 12월 회비를 올렸을 때도 별다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당시 쿠팡은 와우 멤버십 가격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지만 2년 사이 회원수는 오히려 900만명에서 1400만명으로 50% 이상 늘었다. 다만 기존 회원의 요금 인상이 7일부터 이뤄지는 만큼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

쿠팡은 투자 확대와 멤버십 혜택 강화로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김범석 의장은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까지 3년 동안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하고 한국산 제품 직매입에 22조원을 투자하겠다"며 "와우 멤버십에 대한 투자도 올해 5조5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쿠팡은 도서산간과 인구감소 지역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로켓배송 서비스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올해부터 3년간 신규 풀필먼트센터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 이상을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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