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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티몬' 인수 눈앞…'자충수'일까 '시너지'일까

  • 2025.03.06(목) 07:10

오아시스, 티몬 조건부 인수 나서
인지도 제고·국내 이커머스 입지 확보 차원

/그래픽=비즈워치

티몬의 새 주인은 '오아시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기업 티몬 인수에 나섰다. 이번 결정엔 티몬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 이커머스의 입지를 보호하겠다는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등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 4일 오아시스를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인수 예정자로 서울회생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의 승인이 떨어지면 매각 주관사인 EY한영은 오는 6일 오아시스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다만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EY한영은 다음주에 매각 공고를 내고 공개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아시스가 제안한 인수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오아시스의 인수 제안 가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오아시스마켓 배송 상품 /사진=오아시스

티몬의 매각은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토킹 호스는 우선협상대상자를 먼저 확정한 후 공개 경쟁입찰을 시행해, 응찰자가 없거나 응찰자들의 조건이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조건보다 좋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인수자로 확정하는 방식이다.

한 달 전 오아시스는 티몬으로부터 인수 대상자로서 미팅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엔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만 해도 오아시스는 티몬이 매각 대상자로서 접촉한 수많은 기업 중에 하나에 불과했다.

그랬던 오아시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수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티몬을 눈독들였던 기업들은 많았다. 지난 1월 중국 국영 중핵집단유한공사(CNCC·중핵그룹) 계열의 사물인터넷(IotT)데이터그룹이 최근 티몬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국내 기업 두 곳도 티몬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오아시스는 왜?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티몬·위메프 인수전에 나선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 추진 배경으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오아시스는 직매입을 기반으로 신선식품 노하우를 통해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오아시스마켓의 회원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90만명으로 추산된다. 

반면 티몬은 2010년 론칭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티메프 사태로 경영상의 문제가 드러나기는 했지만 오아시스의 운영 노하우를 티몬에 접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오아시스가 목말라하는 인지도와 티몬이 문제가 됐던 운영 노하우를 각자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만큼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 / 사진=비즈워치

또 다른 인수 배경으로는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가 국내 자본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꼽힌다. 최근 들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들이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3월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해 향후 3년 간 약 11억달러(한화 약 1조4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알리바바는 지난해 12월 국내 여성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 안팎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안 대표는 C커머스들이 초저가 상품과 다양한 혜택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데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이커머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시너지'와 '자충수'의 갈림길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티몬이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지난 12년간 무차입 경영에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오아시스는 지난해에도 실적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누적 매출은 2021년 연 매출 수준을 넘어섰다.

따라서 티몬을 인수하게 될 경우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오랜 기간 지켜왔던 오아시스의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아시스 실적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또 단순히 티몬의 플랫폼을 활용한다고 해서 오아시스의 신선식품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티몬의 고객층은 할인·딜 중심인 반면, 오아시스의 고객층은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이런 부담을 무릅쓰고 티몬을 인수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업체들이 티몬 인수를 주저했던 것은 인수 후에도 티몬 정상화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담이 됐기 때문"이라며 "신선식품과 오픈마켓 간의 성공적인 결합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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