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개인정보 보호 대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오히려 혼란만 키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책을 발표한 지 채 보름도 안 돼 텔레마케팅 금지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영업도 사실상 금지해 또 다른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활용을 지나치게 제한해 빅데이터를 이용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한 치 앞도 못 내다본 텔레마케팅 금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중단했던 금융권의 텔레마케팅을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 은행과 보험, 카드사 등은 예전처럼 전화나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비대면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당국은 지난달 22일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텔레마케팅을 비롯한 비대면 영업을 3월 말까지 중단시킨 바 있다. 그런데 불과 열흘만에 텔레마케팅 금지 기간을 대폭 단축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당국은 텔레마케팅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최고경영자의 확약서와 금감원의 확인 등을 단서로 달긴 했다. 하지만 텔레마케터의 고용 안정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부랴부랴 기간을 단축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섣불리 텔레마케팅 금지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금융위는 텔레마케팅 금지와 함께 금융회사들이 필요없는 인력이 된 텔레마케터 해고에 나서자 해고는 안 된다는 비상식적인 주문을 내려 논란을 낳기도 했다.
◇ 빅데이터 사업도 차질 불가피할 듯
텔레마케터는 물론 대출모집인의 고용 문제도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대출모집인을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대출모집인을 통한 영업을 사실상 금지한 탓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영업을 아예 중단했다. 이번 개인정보 보호 대책으로 2금융권에서도 대출모집인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이 개인정보 보호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면서 빅데이터를 비롯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계열사 간 교차 판매와 통합서비스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당국이 금융지주회사 계열사 간 개인정보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개인정보 이용 자체를 차단하면서 당분간 빅데이터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화와 SMS, 이메일 등 비대면 모집제한 통제방안은 이달 중순 발표할 '정보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에 포함시킬 것"이라며 "엄격한 내부통제장치와 준수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법제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