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성적은 올랐다.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STX를 비롯한 대기업 부실에 따른 대손비용이 많이 줄어든 덕분이다. 다만, 아직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 과정에 있고, 기준금리도 내릴 것으로 보여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그룹별로는 신한금융이 독주체제를 이어갔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선방했다. 내달 1일 실적을 발표하는 우리금융은 60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환입된 덕분에 신한금융과 함께 나란히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 신한금융, 여전히 최고…KB•하나도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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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은 올 상반기에도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신한금융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 13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5년 연속 1조 원대 순이익을 유지했다.
신한금융은 SK C&C와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 보유 주식 평가규모가 5500억 원에 달해 앞으로 2년간 업황에 관계없이 견조한 이익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기여도가 35%에 달한 점도 눈에 띈다.
개인정보 유출과 대출사기 등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았던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선방했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765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3% 늘었다. 하나금융은 6101억 원을 기록해 17.6% 늘었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일회성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은 카자흐스탄 BCC은행의 투자 손실에서 벗어나면서, 하나금융은 SK하이닉스 주식 매각과 원화 강세로 인한 비화폐성 평가이익 덕을 봤다.
내달 1일 실적을 발표하는 우리금융도 올 4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경남•광주은행 분리 매각에 따른 법인세 6043억 원이 환입되면서 순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 하나•외환 통합하면 신한과 대등 경쟁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8419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 통합에 성공하면 신한은행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5562억 원, 외환은행은 3195억 원으로 단순 합산으론 8757억 원에 달해 신한은행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5462억 원으로 하나은행에 이어 3위로 밀렸다.
수익성을 좌우하는 순이자마진(NIM)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올 2분기 NIM은 1.77%로 전 분기와 같았다. 반면 국민은행은 1.82%를 기록해 0.04%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도 0.03%포인트 오른 1.50%를 기록했다. 외환은행은 2.04%로 NIM이 가장 높았지만 전 분기 대비론 0.03%포인트 떨어졌다.
은행 외 다른 계열사를 보면 신한카드가 지난해보단 조금 줄긴 했지만 3177억 원에 달하는 순이익으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했다. 경쟁자인 KB국민카드는 영업정지 여파 탓에 1894억 원에 그치면서 신한카드의 60% 수준에 그쳤다. 결국, 올 상반기에도 신한카드가 주요 금융그룹의 실적을 가른 최대 변수가 됐다.
◇ 바닥친 실적…가파른 개선은 ‘글쎄’
주요 금융그룹들의 실적은 지난해 바닥을 치고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이다. NIM이 소폭이나마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실적을 짓눌렀던 대기업 부실에 따른 충격파가 많이 줄어든 탓이다. 대출 자산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상반기 실적으로 보면 2011년 1조 9000억 원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 1조 5000억 원대, 지난핸 1조 원 대로 떨어졌다가 올 상반기 다시 1조 1000억원대를 회복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의 실적이 가파르게 나아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살아나는 듯하던 경기가 다시 주춤하고 있는 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수익성을 좌우하는 NIM이 다시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구조조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변수다. 올해도 금융권 신용제공액이 500억 원 이상인 34개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있는 만큼 부실에 따른 충격파가 언제든지 몰아칠 수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NIM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면서 “당분간 NIM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