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박 대통령에게 금융은 구박 덩어리?

  • 2014.07.28(월) 18:17

박근혜 "제 역할 못한다" 보신주의 질타
대통령의 금융 인식 문제? 후폭풍 '촉각'

박근혜 대통령이 대규모 경기부양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금융권을 걸고넘어졌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보신주의로 똘똘 뭉친 금융권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 우리 경제가 이 모양이라면서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금융권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통령의 질타가 다소 뜬금없는 데다, 정확하게 뭘 요구하는지도 모호한 구석이 많아서다. 대통령이 여전히 금융업을 제조업의 돈줄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높다.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가로막는 원흉의 하나로 금융권을 지목하면서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금융 홀대론’에서 더 나아가 금융이 구박 덩어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박 대통령, 금융권 보신주의 질타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사실상 처음으로 모인 자리에서다.

박 대통령은 “일선 현장에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금융은 우리 몸의 피와 같은데 피가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금융이 제대로 역할을 안 한다면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따져 물었다.

또 “서민이 위기에서 벗어나 민생을 해결하려면 금융이 도와줘야 한다”, “금융 규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보신주의가 해소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평가•감독체계도 창조경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금융권은 안 잘리고 오래 하는 것이 최고인데 왜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느냐는 식”이라면서 대통령을 거들고 나섰다.

◇ “박 대통령, 금융산업 인식에 문제”

박 대통령의 지적은 대기업 또는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창조경제와 기술금융을 외치고 있는데도 정작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자 금융권으로 책임을 돌리면서 불만을 표시했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의 기본 인식을 문제 삼는다. 금융산업 자체의 독자적인 가치보다는 1970년대 개발독재 시절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기업에 돈을 대주면서 성장을 지원하는 자금중개 역할만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논의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융권을 걸고넘어진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금융권이 더 적극적으로 돈을 풀고, 실물경제를 지원해 경기부양의 첨병이 되어달라는 주문으로 볼 수 있다.

◇ 문외한이거나 근본적인 불신?

박 대통령이 금융에 문외한이거나 근본적인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금융은 악연에 가깝다.

취임 직후부터 ‘금융 홀대론’이 불거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금융 전문가가 배제되면서다. 제대로 된 금융산업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 조직개편에서도 금융분야는 빠졌고, 올 초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금융 비전은 사실상 전무했다.

대신 채찍은 빨랐다. 올 초 KB국민카드를 비롯한 카드 3사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자 박 대통령은 “금융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는 제재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권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이번 비판 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다.

◇ 박 대통령 발언 후폭풍 ‘촉각’

금융권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대기업이나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기술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선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말만 믿고 덜컥 지원에 나섰다가 부실이 나면 책임 추궁을 당한 경험도 이미 여러 차례다.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창조금융 지원에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서민금융처럼 중소•벤처기업 지원 압박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후 부실은 고스란히 금융권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과 제조업은 함께 성장하는 두 축”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에선 금융산업의 실물지원 기능만 강조되고, 독자적인 산업적 가치는 무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