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들에 대한 예금•대출 금리 담합조사에 나서면서 비판이 거세다.
2년이 넘도록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조사 건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대규모 조사에 나선 탓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CD금리 담합조사의 연장선에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CD금리와 예금•대출 금리는 엄연히 달라 금융 보신주의 지적에 따른 은행 압박용 성격이 짙은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공정위가 대통령의 한 마디에 앞뒤 안 가리고 무딘 칼을 휘두르면서 협박(?)만 일삼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 공정위, 2년 만에 시중은행 금리 담합조사
공정위는 지난 26일부터 국민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에서 예금•대출 금리 담합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은행마다 5~6명의 조사관을 투입해 관련 공문과 통화내용, 이메일과 메신저까지 샅샅이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CD 금리 담합조사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12년 7월 영국의 ‘리보금리 조작’ 사태 후 국내서도 시중금리는 떨어지는데 CD금리만 요지부동이라는 지적에 따라 담합조사에 나선 바 있다.
금융권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서 금리를 담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CD 금리 취합 과정에서 문제점이 일부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이 개선안을 내놓긴 했지만, 예금•대출 금리 담합은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은행권의 보수적인 대출 관행을 지적하면서 연일 금융 보신주의를 질타하고 있다. |
◇ 금융 보신주의 논란에 따른 압박용 관측
그러다 보니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은행권의 보수적인 대출 관행을 지적하면서 보신주의를 질타하자 공정위가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대출금리는 거의 그대로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2년 CD 금리 담합조사 당시에도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안정을 화두로 내걸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인플레 파이터’를 자임하면서 CD금리 담합조사를 주도했다.
이번에도 공정위가 대대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 자체로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CD 금리 담합조사 직후에 은행들이 몸을 사리면서 CD 금리가 시중금리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내린 적이 있다.
◇ “담합조사 결과도 공정위가 책임져야”
그러다 보니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통령이 한마디 할 때마다 공정위가 제대로 갈지도 않은 무딘 칼을 휘두르면서 조사권을 남발하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공정위가 협박(?)만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CD금리 담합 건만 보더라도 당시 몇 달간 금융권 전체가 떠들썩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금융권만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사를 시작했으면 죽이 됐든 밥이 됐든 결론을 내놔야 하는데 조사만 하는 것 같다”면서 “만약 담합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공정위가 이에 따른 책임을 분명하게 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