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최근 들어 한풀 꺾이기 시작한 흐름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역시 가계부채 안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가계부채 흐름은 문재인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대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의 경제상황과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안정 여부가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큰 고려 요인이 되고 있다"며 "지난해 6월 금리 인하 시보다 가계부채와 관련해 더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 위원은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와 설비 투자 증가세는 다행스러운 변화이지만 아직 소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어 내수회복세가 견고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 기조를 당장 되돌리기에는 회복세가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현재의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문제를 조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고충을 털어놨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자니 가계부채 규모가 지금처럼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긴축으로 돌아서자니 가계부채에 대한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고 위원은 특히 최근 들어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가계부채 증가 흐름이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하반기에는 정부 정책의 효과 등으로 증가세 둔화가 기대되지만 가계부채 동향과 부동산 시장 동향 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런 견해를 보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는 31일에는 금융감독원, 내달 1일에는 한국은행 업무보고를 진행해 가계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 위원은 이밖에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기업구조조정 등 구조개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는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소위 좀비 기업을 연명할 수 있게 한다는 지적에 대해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보완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