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을 겨냥해 내년부터 신(新)DTI를 도입하고 하반기부터는 DSR까지 더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안이 눈에 띈다.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장기 연체 채권을 탕감해주고 자영업자에게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새로 도입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급증세를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복안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부실화 우려' 취약차주 지원부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24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계부채 주무 부처인 금융위는 "종합적인 대응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큰 틀을 마련했다"며 "단기적으로 차주 특성별 맞춤형 접근으로 위험 요인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연착륙 유도와 구조적인 대응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앞세운 것은 '취약차주 맞춤형 지원'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에 앞서 취약차주 부실화 등 위험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것.
먼저 대출자를 상환 능력에 따라 네 그룹으로 분류해 맞춤형 지원을 하기로 했다. 상환 능력이 '충분'하거나 '양호'한 그룹은 소득 증대와 건전성 관리로 현상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상환 능력이 '부족'하거나 상환을 못 하는 그룹의 경우 채무를 조정해주거나 빚을 탕감해주는 식으로 재기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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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만명 빚 탕감…자영업자 저금리 대출도
구체적으로는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한 채권에 대해 빚 탕감 등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해주는 방안이 눈에 띈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40만 명, 1조 9000억원 가량의 채무를 정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민간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채권을 정리하는 방안까지 더해 내달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 밖에 금융사들이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을 막고 연체 금리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또 내년부터 실업이나 폐업 등으로 빚 상환이 어려울 경우 최대 3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준다.
채무자의 상환 책임 범위를 담보 주택의 가격 이내로 한정하는 '책임한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내년부터 정책모기지 전반으로 확대하고 2019년부터는 민간 도입을 추진한다.
경영이 어려운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도 내놨다.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총 1조 2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해줄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해내리 대출'이라고 이름 지었다. 저신용 자영업자 대상 대출과 재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 다주택자 겨냥 신DTI 도입…"가계소득 확대 병행"
정부가 취약차주 지원 대책을 앞세우긴 했지만 이는 본격적인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사전 작업 성격이 짙다. 신DTI와 DSR을 통해 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겠다는 방안이 오히려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연말 가계부채 총액은 14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이면 1500조원을 뛰어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5~2016년에 연 10% 이상으로 뛰었던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끌어내리겠다는 방침이다. 과거 10년 연평균 증가율인 8.2% 수준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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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내년부터 신규 대출에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한다. DTI는 연간 갚을 대출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기존 DTI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액만을 계산했는데 신(新)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까지 포함한다. 이 경우 복수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다주택자의 신규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하반기부터는 총체적 상환능력평가 기준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한다. DSR은 상환액에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자동차 할부, 학자금 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 원리금을 포함한다. 정부가 표준 산정체계를 만들고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밖에 가계소득을 높이기 위해 일자리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방안도 내놨다. 청년과 여성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신혼부부와 청년층, 저소득층에는 주거비를 지원하는 등 생계비 절감을 유도해 소득분배 수준을 OECD 평균으로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비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연금을 활성화하고, 공적임대주택 주택 공급 활성화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 원인을 해소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가계부채는 금융, 부동산, 소비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어 금융 측면만을 고려한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가계상환 능력 제고를 위한 소득 대책과 구조적 증가 원인에 대한 대응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