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12.8%에서 2035년에 28.7%, 2065년에는 42.5%로 인구의 절반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세 이상 64세 이하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급감해 2065년에는 47.9%로 인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우리나라 고령화 수준은 아직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는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산업화의 급속한 진전과 맞물려 출산율이 가장 낮아졌고 기대수명은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하면서 다른 회원국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박경훈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령화의 원인과 특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런 한국 사회의 고령화 현황과 과제를 분석했다.
◇ "양성평등 근로, 출산율에 긍정적 효과"
박 위원은 고령화의 원인을 크게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연장'으로 나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는 여러 원인으로 인해 빨라지고 있다. 박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출산율이 낮아진 것은 주로 주택가격 상승률 등 결혼·양육 비용의 부담, 남녀의 가사분담을 제약하는 노동시장 여건, 교육 수준 및 양성평등 가치관의 변화를 포함한 사회문화적 요인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남성의 근로시간이 여성보다 길수록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눈에 띈다. 또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질 수록 양성이 평등한 근로 조건이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과거 출산 억제정책으로 인한 잠재 출산력의 하락까지 더해져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박 위원은 또 우리나라의 인구적 특수성으로 인해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고령 인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율 저하 시기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진입 시기가 맞물리면서 이런 현상이 극대화한다는 게 박 위원의 분석이다.
◇ 결혼·양육 부담 완화 필요…양성평등 지향해야"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산업화와 함께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할 경우 사회경제적인 부작용이 매우 클 것이라고 박 위원은 우려했다.
박 위원은 고령화 속도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시장의 안정과 사교육비 경감 등을 통한 결혼·양육 비용의 부담 완화를 꼽았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과 남녀의 균등한 가사분담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로 여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 위원은 "근본적으로는 출산과 양육이 경제활동과 양립할 수 있을 경우에 한해 선택될 수 있는 변수라는 가치관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양성이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적 공감대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여건을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인 고령층의 빈곤화와 은퇴 이후 연금제도 등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박 위원은 조언했다.
박 위원은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전망이 상당히 암울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비할 때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