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신용생명보험'입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대신 갚아주는 보험상품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대출금 일부를 재예치하도록 하는 일명 '꺾기'로 오인받아 고전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고민스러운 시기에 주목받을만한데 규제 때문에 시장형성이 되지 않아 하소연입니다. 어떤 상황인지 꼼꼼히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
1468조원.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가계부채 규모입니다. 증가속도가 과거에 비해 느려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속도입니다. 2013년말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4년여만에 500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한국경제 뇌관'이라 불릴 만큼 가계부채 규모가 증가한데다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무불이행, 즉 부실채권 발생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갑작스런 사고로 대출자가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어 당장 일을 하기 어려운 경우, 암 등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 가계의 대출금 상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부득이한 사정으로 빚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이를 대신 갚아주고 금융사의 채무불이행 위험도 방지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있다는 것 혹시 아셨나요?
◇ 대출금 대신 갚아주는 보험상품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가장이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하거나 암 등 질병이 발생해 거액의 치료비가 필요한 경우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산보다 빚을 더 많이 남기고 사망한 경우 상속포기를 통해 채무와 재산상속 모두를 거부하고 빚을 물려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형제, 조카, 손주 등 후순위 상속인에게 채무가 상속되고 그중 한명은 상속재산 내에서 채무를 변제하는 한정승인을 해야 합니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하기 때문에 채무부담은 덜 수 있지만 상속재산을 법원에 신고하고 채권자들에게 한정승인 사실을 알려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합니다.
이 경우 상속포기를 하지 않고도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용생명보험(Credit Life Insurance)'을 통해서 가능한데요.
신용생명보험은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출이 있는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장해, 암 발생 등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남아있는 대출금액이나 가입시 약정한 금액을 보험사가 대신 상환해 주는 보험상품입니다. 일종의 '대출상환보장 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을 경우 상속포기시 집을 포기해야 하지만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만큼 재산을 포기해야할 일도 없습니다.
이 상품은 채무자의 가족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보증보험과 달리 채무가 소멸되기 때문에 가족에게 채무가 상속되는 것을 방지해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 역시 부실채권을 방지할 수 있어 채무자와 채권자에게 모두 긍정적인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상품이지만 유럽, 일본, 대만 등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으며 미국을 비롯해 남미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품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용생명보험에 가입하도록 요구하고 있을 정도로 방카슈랑스 채널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은행의 담보대출을 비롯해 자동차 구입을 위한 대출(리스), 자동차를 비롯한 물품대여(전자기기), 개인신용대출, 신용카드 등 보장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 국내 도입 17년..아직도 시장형성 안돼
신용생명보험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입니다. 그러나 상품에 대한 이해부족과 적극적인 판매부족, 제도적 미비 등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모습을 감췄습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상품이지만 유럽, 일본, 대만 등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으며 미국을 비롯해 남미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품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용생명보험에 가입하도록 요구하고 있을 정도로 방카슈랑스 채널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은행의 담보대출을 비롯해 자동차 구입을 위한 대출(리스), 자동차를 비롯한 물품대여(전자기기), 개인신용대출, 신용카드 등 보장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 국내 도입 17년..아직도 시장형성 안돼
신용생명보험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입니다. 그러나 상품에 대한 이해부족과 적극적인 판매부족, 제도적 미비 등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모습을 감췄습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용생명보험이 재등장한 것은 2002년입니다. 생명보험사 가운데서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에서 유일하게 판매중입니다. 메트라이프생명에서도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했지만 시장형성이 되지 않아 지난해 9월 출시 1년 반만에 중단했습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BNP파라바카디프손보, KB손해보험에서 비슷한 구조의 신용상해보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은행, 신용카드사, 자동차회사, 저축은행, 대출모집법인 등 다양한 업종에서 발생하는 대출에 신용생명보험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P2P 대출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품구조는 크게 개인형과 단체형이 있습니다.
은행, 신용카드사, 자동차회사, 저축은행, 대출모집법인 등 다양한 업종에서 발생하는 대출에 신용생명보험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P2P 대출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품구조는 크게 개인형과 단체형이 있습니다.
개인형의 경우 대출을 받는 고객이 대출기간 중 불의한 사고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드는 보험입니다. 가입시점의 대출금 한도 내에서 가입이 가능합니다. 가입금액 1000만원 기준, 40세 남자의 10년만기 신용생명보험 보험료는 월 1930원, 여자의 경우 970원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단체형은 대출을 받는 고객이 아닌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에서 드는 상품입니다.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P2P업체에서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단체보험으로 대출자를 피보험자로 가입하고, 대출자에게는 동의를 얻어 서비스 형태로 제공합니다.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험을 보험가입을 통해 회피할 수 있고 고객에게도 안전장치를 마련해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효용성 있는 상품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도입 17년이 됐음에도 해외시장과 비교해 국내 신용생명보험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도입 17년이 됐음에도 해외시장과 비교해 국내 신용생명보험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2002년 신용생명보험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카디프생명의 경우 2002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판매한 단체형 신용생명보험의 수입보험료는 123억1800만원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008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개인형은 지난 3월까지 총 10억7942만원이 판매됐습니다. 세계 연간 수입보험료 규모가 100조원 가까이 이르는 점을 감암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입니다.
◇ '꺾기'로 오해받아.."상품 알리기도 어려워"
◇ '꺾기'로 오해받아.."상품 알리기도 어려워"
신용생명보험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 '대출상품에 대한 꺾기(구속성 보험계약)규제'가 꼽힙니다.
꺾기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출을 빌미로 보험이나 펀드상품 등을 강제로 가입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대출기간 한달 전·후로 보험 등의 상품 가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물론 꺾기 규제도 월납 보험료가 대출금의 1% 미만이거나, 담보가 유실되면 안되는 공장담보 화재보험 등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신용생명보험도 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꺾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출창구에서 강한 규제를 의식해 상품을 알리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은행의 경우 대출창구와 보험창구가 분리돼 있어 대출을 받는 고객이 신용생명보험 가입을 원할 경우 별도의 보험창구로 이동해 가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출창구 직원은 보험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은행중에는 꺾기 규제가 강해지자 대출을 받고 한달이내에는 보험을 가입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곳도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시장확대는 커녕 상품을 판매하던 보험사조차 손을 놓고 있다는 겁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상품으로 선진국의 경우 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 의무적으로 가입을 요구하는 등 매우 보편화된 상품이지만 국내는 규제로 이해 이름조차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은행의 경우 대출창구와 보험창구가 분리돼 있어 대출을 받는 고객이 신용생명보험 가입을 원할 경우 별도의 보험창구로 이동해 가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출창구 직원은 보험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은행중에는 꺾기 규제가 강해지자 대출을 받고 한달이내에는 보험을 가입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곳도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시장확대는 커녕 상품을 판매하던 보험사조차 손을 놓고 있다는 겁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상품으로 선진국의 경우 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 의무적으로 가입을 요구하는 등 매우 보편화된 상품이지만 국내는 규제로 이해 이름조차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보험료가 저렴해 꺾기금지 대상인 대출금의 1% 이상에도 걸리지 않지만 상품을 알려야 하는 판매창구에서 조심하는터라 사실상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료가 1만원 미만으로 저렴하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도 많은 비용을 들여 상품을 알리기 쉽지 않다"며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국내에서 시장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료가 1만원 미만으로 저렴하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도 많은 비용을 들여 상품을 알리기 쉽지 않다"며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국내에서 시장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금리상승과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안전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지만 규제나 인식부족으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점이 매우 아쉽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