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노래방이 취미가 되고 그녀가 좋아하는 노랠해 괜찮은 척 안슬픈 척 노랠 불렀네.(장범준 '노래방에서' 가사 중)
1991년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에서 시작된 노래방은 28년 만에 '노래방 가기가 취미'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28일 KB금융그룹은 자영업 분석보고서인 '노래방 현황과 시장여건'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노래방 수는 3만 3000여 개다. 2017년 기준 노래방 전체 매출은 1조5000억원, 업체당 평균 매출은 4500만원 수준이다.
노래방 시장은 '절정'을 지나고 있다.
전국 노래방 수는 2011년 3만 5316개를 정점으로 서서히 줄고 있다. 지난해 신규 등록한 노래방 수는 766개로 노래방이 국내에 도입된 1992년 이후 가장 적었다. 올해 5월까지 신규 등록된 노래방은 29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줄었다.
폐업이나 휴업 등으로 등록을 취소한 노래방은 2018년에만 1413개에 이른다. 올해 5월까지 등록을 취소한 노래방은 657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5월 기준 새로 문을 연 노래방보다 문을 닫은 노래방이 2배 이상 많은 셈이다.
2015년부터 분 코인노래방 창업 열풍도 작년부터 한 풀 꺾였다. 2017년 700개가 넘던 코인노래방 신규 등록 수는 지난해 409개에 머물렀다. 올해 5월 기준 신규 등록 코인노래방은 137개로 성장세는 더욱 둔화하고 있다.
'2차'로 노래방에 가는 회식 문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주 52시간제 도입, 워라밸 문화 확산 등으로 노래방의 핵심 고객인 직장인들의 수요가 준 것이다. 이 보고서는 "회식 후 2차로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고조시켜 새벽까지 3차로 이어지기보다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이야기를 하며 술을 깨고 10시 안팎에 헤어지려는 분위기 확산했다"라고 분석했다.
스크린골프 등 새로운 업태의 등장도 노래방에는 위기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스크린골프 사업자는 4665개에 이른다.
노래방의 낡은 시설도 위기 요인이다. 이 보고서는 평균 업력이 14년이 넘는 노래방들의 시설 상당수가 노후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래방은 신곡 업데이트를 위해 1개월 기준 9000원(부가세별도) 정도를 노래반주기 제작업체에 지급하고 있었다.
◇ 서울 노래방 1위는 송파구
노래방 상권을 분석해 보면 노래방이 가장 많은 시·구는 경기 부천시(625개)였다. 그 뒤를 대구 달서구(565개), 대전 서구(512개), 서울 송파구(507개), 인천 남동구(498개), 인천 부평구(430개)가 뒤를 이었다.
노래방이 가장 많은 '동네'는 인천 구월동(197개), 시흥 정왕동(191개), 서울 신림동(186개), 서울 수유동(180개) 등 순이었다.
서울만 떼어 놓고 보면 송파구(507개), 중랑구(366개), 강서구(345개), 영등포구(340개), 강북구(339개) 순으로 노래방이 많았다.
상권이 살면 노래방도 되살아났다. 홍대상권 노래방 수는 2010년 110개에서 올해 127개로 늘었다. 서울 대림동, 시흥 정왕동, 인천 청라동, 인천 논현동, 평택 비전동 등 신규 택지나 공단주변도 노래방이 10년 전보다 늘었다.
'KB Liiv on' 상권정보 통합시스템을 보면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인 북창동과 마포음식문화거리 노래방에선 12월 매출이 가장 많았고 2월 매출이 가장 낮았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9~11시, 요일별로는 금~토요일에 가장 많은 손님이 몰렸다.
대학교가 많은 신촌 노래방은 신입생이 들어오는 3월 매출이 다른 달 평균보다 1.4배 많았다. 수유역 인근 지역 노래방은 일요일 방문 고객이 평일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강남역 노래방 상권은 지하철 출구별로 달랐다. 강남역 10번과 11번 출구는 20대 초반 연령이, 2번출구는 직장인이 많이 노래방을 찾았다.
이 보고서는 "주 52시간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직장인들의 회식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 "공기질과 내부위생 관리, 노후화된 인테리어 교체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