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거야. 그래 저건 신 포도야"
김영환 대표가 이끄는 페이민트는 금융위원회의 금융혁신 서비스 우선심사에서 한차례 탈락한 경험이 있다. 큰 기대를 안 했더라도 탈락은 섭섭한 법이다. 김 대표는 탈락 직후 아예 금융혁신서비스 지정 자체를 포기하려 했다.
김 대표는 "공무원이 우리 서비스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금융혁신 서비스 지정이 별거 아니라며 신포도 이론까지 떠올렸다"고 털어놨다..
비즈니스워치가 2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규제 샌드박스, 골든 타임을 잡아라' 포럼에서 금융혁신 서비스 적용사례 발표에 나선 김 대표는 이같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쉽게 더 쉽게 자료를 만들고 설명하는 것이 최종 선정을 위한 팁"이라고 강조했다.
페이민트는 국내 최초로 매장 중심의 지급결제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다. 기존의 신용카드는 물론 앱카드, 간편결제, QR결제 등을 한 시스템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든다. 이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낮아져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다.
페이민트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기 위해 진행한 위탁테스트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이다. 페이민트는 15페이지짜리 신청서를 만들었다. 신용카드와 은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금융혁신 서비스기업 지정에 전관예우는 없었다. 페이민트는 지난 4월에 있던 우선심사에 탈락했다.
탈락은 했지만 금융위원회는 페이민트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포기하고 있던 김 대표에게 본심사에 서류를 제출해 보라는 금융위의 연락이 왔다. 3차 금융혁신 서비스 기업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12일 본심사 서류를 제출하고 최종 선정 발표가 난 6월1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며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대표는 본심사에서는 욕심을 조금 덜었다. 김 대표는 "우선심사때와 달리 신용카드에 집중된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며 "내용도 우선심사때보다 더 쉽게 쓰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혁신금융지원법에 대한 이해도는 낮아 선정 가능성은 낮게 봤다"고 설명했다. 역시나 탈락했다.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은 쪽은 오히려 금융위였다. 금융위는 김 대표를 다시 불러들였다. 요구사항은 심플했다. "더 쉽게, 더 쉽게, 더 쉽게 자료를 만들어주세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자료는 일반 금융소비자의 편익에 집중하면서 가맹점 정보 왜곡의 해결에 메시지를 집중했다. 누구든 설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료를 쉽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먼저 심사에 통과한 기업의 자료도 구해서 분석했다.
김 대표는 "자료 분량에 신경쓰지 않고 최대한 쉽게 풀어서 자료를 만들었다"며 "그걸 본 담당자가 '이제야 쉽네요'라며 만족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6월12일 페이민트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혜택을 받는 금융혁신서비스 대상 기업에 지정됐다.
김 대표는 "쉽게 더 쉽게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내가 만드는 서비스의 맥락이 정리되는 효과도 맛봤다"며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어야 금융혁신서비스 대상 기업에 선정되는 것이 수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선정을 원하는 기업은 금융위의 담당 사무관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지정 이후에도 준법감시인을 뽑고 비용을 신청하는 등 절차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