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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월세시대, 주거비용 확 커진다

  • 2020.08.05(수) 17:16

월세로 전환하면 주거비용 두 배가량 늘어
임대차 3법 오히려 서민 부담만 키울 수도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월세시대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경우 주거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서울시내 아파트의 현재 전세와 월세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해봤더니 주거비용이 두 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서민을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는 겁니다.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세 공급이 월세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지면 섭니다.

◇ 월세도 반전세도 전세가격이 기준 

주거비용은 전세가격이 기본이 됩니다. 전세가격을 기준으로 월세와 반전세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이죠. 요즘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인 이른바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의 전세와 월세 매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KB부동산 Liiv ON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건영2차 아파트 93.51㎡(이하 공급면적) 전세 매물은 평균 3억 1000만원에 거래됩니다. 월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90만~98만원정도 되네요.

도봉구 도봉동 극동아파트 102.6㎡의 전세가 평균은 2억 4250만원, 월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58만~68만원쯤 됩니다. 강북구 미아동 경남아너스빌 109.48㎡의 전세가 평균은 4억원, 월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110만~125만원 수준입니다.

여기에서 전세와 월세가격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일반적인 전세 계약기간인 2년간 내야 할 총 월세금액에 20을 곱하면 보증금을 뺀 전세금액과 비슷해진다는 겁니다. 2년간 총 월세금액이 보증금을 뺀 전세금의 20분의 1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애깁니다. 반전세는 보증금을 전세시세의 50% 이상으로 올리는 대신 월세를 낮추는 방식인데요, 이때도 비슷한 수준으로 월세를 매기게 됩니다.

실제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경남아너스빌 87㎡의 월세는 보증금 9000만원에 70만원이고, 반전세는 보증금 2억 9000만원에 월세가 20만원이네요. 전세는 3억 40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한 PB는 "신규 월세 계약은 보증금과 월세를 정하는 기준이 딱히 없지만 무주택자들의 전반적인 주거 형태인 전세가 월세와 반전세 등의 시세에 영향을 끼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월세시대 주거비용 두 배 '껑충' 

그렇다면 전세와 월세의 실질적인 주거비용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기본은 월세와 대출이자를 비교하면 됩니다. 전세금의 일부를 대출받았을 때 은행에 내야 할 대출이자가 월세보다 적으면 당연히 전세가 유리합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월세가 더 이득인 거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14개 은행이 취급한 전세자금대출 중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의 평균 금리는 2.46%입니다.

1억원을 가지고 있는 A씨가 노원구 중계동 건영 2차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시죠. 전세 시세는 3억 1000만원 수준인데 현재 주금공 보증 전세대출은 한도가 2억원이어서 1000만원이 모자라네요. 2억원은 전세대출로, 1000만원은 신용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이 경우 A씨가 전세기간 2년동안 납부해야 할 전세자금대출의 총 이자는 984만원 수준입니다. 매달 이자로 41만원 정도 나가는 셈이네요. 여기에 신용대출 1000만원에 대한 이자도 있습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2.58%정도니까 매달 2만1500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총 이자가 43만 1500원쯤 됩니다.

그런데 월세로 들어갈 경우 매달 90만~98만원을 내야 합니다. 단순 주거비용만 따지면 매달 두 배가 넘는 돈이 더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A씨가 보증금을 내고 남은 5000만원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변수이긴 한데 저금리 상황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게 일반적인 현실입니다.

◇ 서민 위한 정책 오히려 서민 잡을라

현재 전세로 살고 있으면서 계약갱신 시점이 얼마 안 남은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주거비용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요. 임대차보호법 탓에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 2차 아파트에 지난 2018년 10월 보증금 3억원, 계약기간 2년으로 입주한 B씨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전세보증금은 A씨와 마찬가지로 개인 자산 1억원에 전세담보대출 2억원, 신용대출 1000만원으로 마련했습니다.

B씨는 재계약을 원하고, 집주인은 전세금 인상을 원합니다. 이때 집주인은 임대차 3법에 따라 5% 한도 내에서 즉 3억 1500만원까지 전세금을 올릴 수 있습니다. B씨 입장에서는 1500만원만 더 올려주면 2년 더 전세로 거주할 수 있는 셈이죠. 1500만원을 신용대출로 충당할 경우 매달 내야하는 주거비용이 3만원가량 늘어나네요. 총 46만원 수준입니다.

반면 집주인이 계약을 갱신하면서 월세로 전환한다고 가정해보시죠. 이 경우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월세가격을 정하진 못합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주변 시세가 아니라 법에서 정한 한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보증금의 전부나 일부를 월 단위 차임으로 즉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릴 경우 월세금액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을 곱한 범위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5%,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은 3.5%니까 4% 이내로 맞추면 됩니다. 현재 전세 3억원 아파트를 보증금 5000만원인 월세로 돌릴 경우 월세로 전환되는 금액인 2억 5000만원에 4%를 곱한 비용이 1년간 최대 월세금액이 되겠네요. 매달 83만원 수준입니다.

집주인이 이 조건으로 월세 전환을 요구하면 B씨는 보증금 2억 5000만원을 되돌려 받는 대신 주거비용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됩니다. 돌려받는 2억 5000만원으로 2억 1000만원의 대출을 갚더라도 매월 40만원정도 더 들어가는 겁니다. 나머지 4000만원을 운용하더라도 역시 기대수익은 크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전세가 유리하다는 겁니다.

결국 월세시대가 되면 무주택자의 주거비용이 급격하게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차 3법 시행 전후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정부와 여당도 바빠졌습니다. 월세 전환 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인 3.5%를 인하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주거비용 낮추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또 다른 시중은행 PB는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전세가 월세보다 주거비용 부담이 훨씬 적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전세 공급이 계속 줄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 무주택자의 주거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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