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대형은행들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예금 유입이 늘어난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아직 국내는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저금리가 지속되고 실질예금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하면서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현실화할지 주목되고 있다.
독일의 총자산 1,2위 대형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는 지난해부터 예금보호한도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을 예치하는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마이너스(-) 0.5%의 연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말 현재 소매 고객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독일 은행 수가 지난해 3월 초 237개에서 57개나 급증했다.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금주가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일종의 보관료 개념인 셈인데 한 푼이라도 더 이자를 얻으려는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길 유인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독일 대형은행들이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부과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대출은 늘지 않고 예금만 계속 증가하면서 예대마진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을 받아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을 해주고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둘 사이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2014년 6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지만 평판 위험이나 고객 이탈을 우려해 실제로 소매 예금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내 저축이 급증하면서 자금 운용 환경이 악화하고 은행들이 ECB에 예치하는 지불준비금 증가로 이어지면서 -0.5%의 초과지준금리 발생 부담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마이너스 예금금리 확산으로 소매 고객들은 수수료 회피를 위해 역내 각국으로 예금을 분산 예치하거나 다른 금융자산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마이너스 금리 확산에 따른 예금 이탈은 국내 은행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역시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75%로 내려가며 0%대 진입했고 주요 은행들의 1년 만기 예금금리도 대부분 1%를 밑돌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에서 이자소득세 15.4%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예금에서 주식시장 등으로 자금이동이 이미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은행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고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머니 무브' 여파로 예금은 줄고 대출은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왔고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예금이 다시 늘고 있긴 하지만 독일처럼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소매 예금에 비용을 전가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 대비한 대응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유럽이나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은행권 영업구조를 점차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