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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에만 3조 가까이 번 은행들…마냥 못 웃는 이유는 

  • 2021.05.10(월) 16:28

5대 시중은행 역대급 실적…전망 '불투명'
새 먹거리 마땅치 않고 경쟁도 더 심화돼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1분기 벌어들인 순이익이 3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4000억원가량 늘었다.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딛고 1분기에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핵심 영업이익 중 하나인 비이자이익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자이익은 추가로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이자장사'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해답은 새 먹거리를 찾는 것인데, 금융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5대 은행 1분기 역대급 성적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체 순이익이 2조919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 2조5876억원에 비해 3316억원, 12%나 더 벌어들였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6886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리딩뱅크 타이틀을 수성했다. 신한은행이 6564억원, 우리은행이 5890억원, 하나은행이 5755억원, NH농협은행이 4097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진 이유는 지난해 1분기 대거 쌓았던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적립액이 줄어든 데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외환‧파생관련 순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 관계자는 "이자이익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비용 절감, 외환‧파생 상품 이익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은행들이 1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 앞으로는 고민

지난 1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향후 전망은 '장밋빛'만은 아니다.

우선 은행들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이자이익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대출 수요가 꾸준하고, 시장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어 이자이익 증가세가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1분기 은행의 벤치마킹 금리 중 하나인 국채금리가 오르자 시장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반면 은행들이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이자장사'로 돈을 번다는 비판도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정치권이 움직이면 규제 강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금융권 대관 업무 관계자는 "국내 은행산업은 해외에 비해 유독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늘어날수록 비판의 대상이 된다"면서 "그러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은행에 불필요한 비용을 요구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비이자이익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상품 판매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모바일뱅킹을 비롯한 비대면채널은 물론 대면채널에서도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 새 먹거리 어디서 찾나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글로벌 사업은 코로나19로 급제동이 걸렸고, 국내 상황 역시 금융서비스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에 확대를 주문한 중금리 대출의 경우 전통적인 금융회사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꾸준히 간접진출을 노크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선 증권사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제로상품까지 선보이는 등 출혈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이 금융자산이 아니라고 못 박은 가상자산 투자를 고민하는 은행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가상자산 수탁업 투자에 나선 바 있다.

◇ 금융지주, 비은행 강화 해법 찾기

그러면서 은행 모기업인 금융지주 차원에선 비은행 부문 강화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이미 라인업을 갖춘 금융지주들은 상대적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만큼 내실다지기가 가장 큰 과제다. 실제 이들은 은행은 물론 보험과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업 대부분을 아우르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금융지주의 고민이 깊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수차례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계열사들을 흡수하며 덩치를 키우긴 했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13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보험과 증권사는 빠져있다. 경쟁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부문의 비중을 30~50%까지 높였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아직 은행부문 비중이 90% 가까이 육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이나 증권사 매물이 나오면 우리금융지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는 게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의 경우 사모펀드에 넘어간 롯데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오면 우리금융지주가 관심있게 지켜 볼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권사의 경우 마땅한 매물이 없어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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