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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리셋]②첫술에 배부르랴만…

  • 2021.12.13(월) 06:10

예전보다 불편해진 내 정보 한눈에 보기
민망한 '초개인화'…반쪽짜리 정보만 쌓여

마이데이터 산업이 핵심인 정보 전송방식을 바꾸며 다시 출범했다. 이미 금융회사들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어 '잘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새로 펼쳐지는 마이데이터 산업을 통해 금융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서비스와 이 산업의 현황,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는다. [편집자주]

지난 1일 금융권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조롭다고 보긴 어렵다. 데이터를 '긁어오던' 종전 스크래핑 방식에서 바뀐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방식으로는 표준화되지 않은 내 데이터를 활용하기가 더 어렵다는 불만도 벌써부터 나온다. 

지난 9월 시행된 금융소비자 보호법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데이터를 받기만 할 뿐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해 시행 석 달 만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편했는데…더 귀찮고 오래 걸리네

과거 오픈뱅킹 서비스의 개막은 획기적이었다. 스크래핑 방식으로 금융소비자의 정보를 쉽게 불러올 수 있었고, 흩어진 은행 계좌의 내용도 한 곳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활용해 로그인하는 것만으로도 간편하게 내 은행 자산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려면 공동인증서(과거 금융인증서)가 필요하다. 또 자체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나 핀테크 기업의 인증 서비스에도 가입해야 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을 위한 인증단계에서 인증서가 필요한 건수도 4~5번가량이나 된다. 내 자산을 한번에 훑어보기가 종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인증서를 많이 활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비스 사용 이전에 확인할 약관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법 이후 금융소비자에게 더욱 자세하게 어떠한 정보를 가지고 오고 이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 등을 구체화해야 했다"며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관, 전송받는 기관, 중간 유통기관 등에 모두 전송한다는 동의를 다 따로 받아야 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과거 스크래핑 방식으로 불러오던 정보를 불러올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자연스럽게 내 자산을 한눈에 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불러오는 방식이 바뀐 뒤 과거 오픈뱅킹보다 1~3분가량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일부 금융회사의 데이터는 불러오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애초 금융당국은 금융사, 통신사 등 다양한 기관과 내년 중 국세청, 관세청 등의 정보도 일괄 제공받아 자산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일부 보험사의 경우 아예 정보를 불러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정보 수집 기관과 정보 제공 기관과의 통신이 아직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보인다"며 "모든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API 방식으로 데이터를 제공토록 사업자들이 준비해 왔지만 인적·시간적 한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를 알고는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업계 및 유관기관 간담회에 참석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공공데이터 등 정보제공 범위를 적극 확대하고 정보주체의 인증과 접근절차는 간소화해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반쪽짜리 '내 정보들'

게다가 불러오는 정보들이 금융정보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추구하는 '초개인화'를 실현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통상 은행 등의 금융회사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가입할 경우 한 눈에 볼 수 있는 데이터들은 △수시입출금 계좌 △예·적금 계좌 잔액 △연금 △금융회사 포인트 △대출잔액 △카드결제 내역 및 결제일 등으로 압축된다. 

보유한 부동산, 자동차 등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내 전체적인 자산현황을 볼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는 구현이 돼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소재지를 입력하고 해당 면적을 선택하는 식이다. 다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KB국민은행이 제공하는 시세가 제공되는 반면 단독주택이나 토지 등의 자산은 가치 파악이 어렵다.  

아울러 통신요금 지출내역, 공과금 지출내역 등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소비지출 데이터 역시 불러올 수 있는 정보에 포함돼 있지 않다. 고정소비내역을 카드사 자동이체 등을 통해 결제하지 않았다면 소비패턴을 더욱 정확히 확인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마이데이터 산업이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데이터가 제공되고 있는 측면이 있어 이 외 정보를 종합해 초개인화를 추구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전자등기 서비스, 통신업계와 유통업계 등 이종업계의 데이터 제공이 확대되기까지는 기존 데이터를 중심으로 평균적인 수치를 제공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 정보를 한번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금융보안원, 한국신용정보원, 금융결제원 등 금융산업과 밀접한 기관들이 중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타 업권의 데이터를 가지고 올 때 이 기관들을 거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업권 별로 대표하는 중간 기관을 새로 만들 것인지 등 논의할 사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당분간은 개별 금융회사와 이종업계간의 제휴 등을 통한 추가 데이터 제공 동의 절차 등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마이데이터 발목잡는 '법'

지난 9월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 보호법마저 마이데이터가 자리 잡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법의 취지는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를 없애고 금융소비자가 금융서비스를 완벽히 이해하고 가입해 최대의 효과를 누리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오히려 서비스 정착에 불확실성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참여자들은 금융소비자들의 데이터를 불러오면서 그들에 연령, 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가 핵심 사업 영역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가 중개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영업허가를 받아야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이에 금융업계에서 반발이 일자 금융당국은 이를 다시 살펴보겠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기반으로 자사 상품뿐만 아니라 타사 상품까지 추천해 초개인화 비서를 추구하려고 하는 것은 맞지만 타사 상품의 경우 타사에서 직접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자칫 상품 권유자가 금융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도 "지난 9월 카카오페이, 토스 등이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모기업의 주가마저 출렁이자 모든 핀테크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핀테크 수익은 상품을 추천해주는 대가로 금융회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핵심인데 이게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관련 법안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고 금융위원장은 핀테크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온라인 금융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보호 원칙은 지켜나가야 한다"면서도 "맞춤형 비교, 추천 등 혁신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규제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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