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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도전한다는 카뱅, '카카오' 덕 볼까

  • 2022.05.13(금) 07:20

윤호영 카뱅대표, 가상자산 비즈니스 적극 검토
카카오, 가상자산 '클레이' 활용 본격화…카뱅 역할론 부상
윤 정부,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검토…법적 걸림돌 사라지나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올해 가상자산 사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한가족인 카카오의 계열사 그라운드X가 발행하는 '클레이'를 활용한 사업에 나설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가 클레이를 자회사들의 다양한 사업에 활용하고 있는 데다가 클레이를 발행한 그라운드X는 은행의 미래 핵심 사업업권으로 꼽히는 CBDC(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관련 사업에 역량을 쏟고 있어서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클레이의 보관, 유통 등을 관리하는 플랫폼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 가상자산 다르게 접근하나

그간 은행들의 가상자산 접근법은 이원화 됐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거나 가상자산 커스터디 (위탁관리)사업에 일부 돈을 대는 정도였다. 

가상자산 시장이 아무리 커져도 이에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법을 유지해왔다. 지난해초 가상자산 열풍이 불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할 경우 비이자 이익을 늘릴 수 있었고, 금융당국이 실명계좌를 발급한 가상자산 거래소만 영업을 영위할수 있도록 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은행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졌을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정부가 가상자산은 자산이 아니라고 못박은 영향이 컸다.

은행 관계자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 등의 시행 등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부는 가상자산을 정식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금융당국의 라이선스를 받아 사업을 하고 금융권 내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은행에서 정부가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가상자산을 수익처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지난 3일 있었던 카카오뱅크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나 비즈니스에 대해 살펴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실명계좌 발급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카오뱅크가 직접 가상자산 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윤호영 대표가 "자금세탁, 보안 등에 다양한 역량과 경험을 쌓았고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주요 금융상품의 하나로 투자하고 관리하는 등 주요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라고 설명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호영 대표가 가상자산의 투자, 관리에 대해 이야기 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단순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넘어서 가상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그래픽=비즈니스 워치

맨땅에 헤딩이 아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윤호영 카카오뱅크가 가상자산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것이 뜬금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모기업이며 최근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기 시작한 카카오가 가상자산 시장에 이미 진출했고, 이를 실제 재화처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마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지난 2018년 블록체인 플랫폼인 그라운드X를 설립하고 이 플랫폼에서 화폐 역할을 하는 가상자산 '클레이'를 내놨다. 현재 클레이는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해 활발하게 거래중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다.

나아가 카카오의 계열사 내에서 클레이를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반 마련 작업도 서서히 진행중인 모습이다. 최근엔 카카오 계열사들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클레이를 대규모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카카오의 핵심 플랫폼 카카오톡에는 클레이를 보관하는 가상지갑 '클립'을 내장시키는 등 상용화를 위한 작업도 한창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업을 펼치는 카카오뱅크가 클레이와 관련된 사업에 손을 댄다면 클레이의 인지도 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카카오입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클레이는 현재 NFT거래 등에 활용되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서비스에서 화폐를 대신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지난해부터 카카오가 일부 계열사에서 클레이를 활용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1금융권인 은행에 관리하기 시작하면 디지털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마이데이터 산업이 시행되면서 종합적인 자산관리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는데,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해 미온적이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자산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이 중요해진 카카오뱅크가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둘다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가상자산 관리사업 진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클레이를 발행한 그라운드X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자산인 CBDC모의 테스트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CBDC란 블록체인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가상자산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유통되는 가상자산과 달리 변동성을 최소화 하면서도 디지털 생태계에서 실제 화폐처럼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CBDC모의 실험을 진행하면서 발행은 한국은행이, 유통은 민간이 맡도록 하는 CBDC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이 연구를 그라운드X에서 진행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CBDC가 상용화 되려면 이를 중간에서 가상자산 유통을 책임지는 민간 회사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며 여기에는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CBDC도 어찌됐건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이에 유통과 관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면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이고 카카오뱅크도 이런 측면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카뱅, 모두 긍정적 검토…윤석열 정부 '기반'마련해줄까

윤호영 대표가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긍정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아직 카카오뱅크 내부에서는 굵직한 계획은 세우지 못한 모습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IR에서 윤호영 대표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내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은행의 특성상 가상자산과 관련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데 법적 한계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법적 기반이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중 가상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품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재정을 예고하면서다. 

아울러 은행연합회는 은행의 겸영업무에 '가상자산업'을 포함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에 요청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은행연합회에 요청해 해당 의견을 전달한 것은 맞다"며 "가상자산이 법적 테두리로 들어오고 은행에게도 길을 열어준다면 카카오뱅크 뿐만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들도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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