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만에 주요 금융권 수장들과 상견례를 마무리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이른바 이자장사를 엄중 경고하며 금융권 긴장감을 높였던 이 금감원장이 칼끝을 기강 해이 논란이 일고 있는 내부로 겨눌지 알 수 없어서다.
일단은 허니문 기간이다. 대규모 정기인사 전 공석을 채우는 '원 포인트' 인사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획·보험 부문을 담당하는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의 후임으로 이명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조직, 예산, 인사 등 중요 결정을 담당하는 수석부원장은 역대부터 금융위 몫으로 인식됐다.
1968년생인 이 상임위원은 대구 대륜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6회로 금융감독위원회 의사국제과장, 국제협력과장, 기획과장, 비은행감독과장을 거쳐 재정경제부 생활경제과장을 지냈다. 이후 금융위로 다시 적을 옮긴 이 상임위원은 자본시장과장, 구조개선정책관, 금융소비자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2월부터 증선위원을 맡고 있다.
이 수석부원장은 이 원장 취임 직후 사의를 표했고,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다는 후문이다. 김동회 자본시장·회계 부문 부원장 역시 이 원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는 이경식 금융투자 부문 부원장보가 점쳐진다. 김은경 부원장(금융소비자보호처장)과 김종민 은행·중소서민 부문 부원장은 유임할 것이란 관측이다.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업무에서 배제된 A은행감독국장의 빈 자리를 채우는 인사도 단행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가계부채 관리 부담이 한층 더 커진 상황이다. 은행감독국 업무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금감원 안팎에선 김준환 여신금융감독국장, 박상원 비서실장 등이 차기 은행감독국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 모두 한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국장은 거시건전성감독국장, 금융소비자보호감독국장 등을 거쳤다. 박 실장은 은행리스크 업무실장, 금융그룹감독실장 등을 지냈다.
이달 초 이 원장은 카드·캐피탈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금감원 내부 정비를 묻는 질문에 "어떤 급격한 조직 개편이나 인사도 현재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현장에서]'강→약' 이복현 금감원장의 달라진 그립(2022.07.05.) 이에 따라 대대적 물갈이 인사보다는 빈자리를 메우는 안정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새로운 수장을 맞아 허니문이 한창이다. 이 원장은 권위적인 검사 이미지를 벗기 위해 수평적 소통과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취임 바로 다음 주 금요일 캐주얼 데이엔 티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전 부서를 돌며 직원들과 악수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원장은 감사원 감사와 금융위 조사에서 적발된 비위에 대해서도 관련 메시지를 일절 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관련기사 : '누구를 믿나' 금감원 직원, 또 법 위반해 주식투자(2022.07.13)
하지만 일부에선 긴장감이 여전하다. 지금은 이 원장이 우선 몸을 낮추고 옥석 가리기에 힘을 쏟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 배경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올해 국정감사까지는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임원 교체는 어느 때나 가능하지만 통상 12월 시행되는 정기인사에서 이 원장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