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면서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각각 비상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동향 점검과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14일 진행한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2%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8.1%)를 웃돌았고,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0년 이래 최고 수준(6.6%)으로 재차 확대됐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긴축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 전망이다.
이승헌 부총재는 "금융·외환시장의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예상치를 상회했다"며 "통화 긴축 가속화에 따라 대출 금리가 지속 상승해 금융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발행 여부 등 단기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정밀 점검을 지속하고, 양호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에는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유도해달라고 주문했다.
채권시장의 경우 우량채 위주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고금리, 고환율에 대비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손실 흡수능력 제고 및 유동성 확보 등 대응 방안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미국 등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대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유관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