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기준금리 상단을 연 4.75%까지 끌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미국의 고용지표는 예상밖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보폭을 맞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국 물가 추이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올해 최종금리가 더 높아져야 하지만 3월 FOMC까지 검토할 사항이 많다"며 금융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연준이 오는 21~22일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파월 연준 의장은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최근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만약 전체 경제지표가 더 빠른 긴축을 정당화하면 우리는 금리 인상 폭을 높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월 FOMC를 앞두고 미국의 물가와 소비 지표 결과가 주는 시장 민감도는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월 의장이 상·하원 청문회에서 최종금리 수준이 높을 것임을 시사함에 따라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연준의 행보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는 미국 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오는 14일 미국 고용통계국은 2월 CPI를 발표한다. 블름버그는 미국 CPI가 전년 대비 6.0% 올랐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전망치(실제 1월 미 CPI 지수 6.4%)인 6.2%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전망치이다. 블름버그 전망대로라면 작년 6월 9.1%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김유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2월 CPI 상승률의 둔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작년 높았던 기저효과와 상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주거비를 중심으로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만큼 물가의 둔화 속도를 제약할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CPI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게 되면 금리는 일시적으로나마 안정을 찾겠지만 상회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변동성은 다시 커질 것"이라며 "미 CPI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한다면 한국은행은 더욱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미국 물가와 한국 물가는 따로 가기 때문에 CPI 지수 자체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미국 CPI 결과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환율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게 보는 것"이라며 "이번 CPI 발표로 환율이 급등한다면 한국은행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날 한국은행에서는 2023년 2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올해 1월 수출물가지수는 114.28 글로벌 수요 부진에 원/달러 환율 하락까지 겹쳐 반도체·화학 등 우리나라 수출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이 3% 더 떨어졌다. 하락 폭은 1개월 만에 6.1%에서 3.0%로 줄었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째 내림세다. 1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전달보다 2.3% 낮은 134.95로 집계됐다.
15일에는 한국은행이 2023년 1월 통화 및 유동성 동향 자료를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의 정기 예·적금 규모가 31조6000억원 늘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진 영향이다.
16일에는 연준 다음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 이미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지난 5일 스페인 언론 보센토(VOcento)와의 인터뷰에서 "0.5%포인트를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 만큼 시장에서는 ECB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3월 기준 금리를 3.00%에서 3.50%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할 전망"이라며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1월 유로 CPI 전년 대비 8.6%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중립 금리 상단으로 빠르게 인상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