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3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상장의 기본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했다. 고객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수신금리는 올리고 여신금리는 내리는 출혈을 감내하면서 수익의 기반이 되는 고객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그동안 '업비트 효과'라는 평가가 많았던 케이뱅크의 불확실성을 덜어내는 효과가 기대된다.
7일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256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이후 여섯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분기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성장의 모멘텀 또한 확인했다.
공격적 마케팅에 여수신 동시 증가
케이뱅크가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은행업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고객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리며 시장금리가 상승하자 지난 7월부터 수신상품의 금리를 빠르게 인상한 바 있다. 지난 7월 이후 케이뱅크가 수신상품의 금리를 인상한 경우는 8번에 달한다. 은행권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다.
이는 수신고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 3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지난 2분기 12조1800억원에서 13조4900억원으로 1조3100억원 늘었다.
그동안 케이뱅크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계좌를 제공하면서 고객과 수신고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냉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신고를 유지하는데 성공하며 자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대출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신용대출, 아파트담보대출, 전세대출 등 주요 상품의 금리를 인하하며 출혈을 감내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케이뱅크 대출을 찾는 고객도 늘어나며 여신잔액은 꾸준히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3분기 여신잔액은 9조7800억원으로 전분기 8조7300억원과 비교해 1조500억원 증가했다.
수신 금리는 올리고 여신 금리는 내린 탓에 기준금리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순이자마진(NIM)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올해 3분기 케이뱅크의 핵심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은 2.44%로 전분기와 비교해 0.03%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실적은 좋은데 시장이 안좋네
케이뱅크가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이 실적이 상장 흥행으로 이어질 지에는 의문이 따른다. 케이뱅크의 실적은 차치하고서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9월 20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로부터 예비심사 결과 상장적격 확정 판정을 받았다. 이제 남은 일정은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 수요예측, 공모청약 등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이르면 11월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상장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현재까지 주식시장 데뷔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서 금리인상 수혜를 받는 은행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 상장절차를 최대한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7일 기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은행계열 금융지주회사 주가는 연초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가장 영업방식이 비슷한 카카오뱅크 주가도 2만원을 하회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최근에는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정부의 압박 등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폭에 비해 은행들의 NIM 등 수익성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업이 금리인상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상장을 철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사모펀드들이 참여한 7250억원 가량의 투자지분에는 동반매도청구권이 붙어있다. 아울러 조기상환청구권 등 풋옵션 역시 조건으로 달려있다. 상장에 실패하면 이를 고스란히 뱉어내야 한다.
이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인가 효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최대한 시장이 안정될 무렵 상장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인가 효력은 6개월간 유지된다. 케이뱅크의 경우 내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