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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총아'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으로

  • 2022.12.08(목) 18:30

차기회장 후보 진옥동 행장…14년 일본 경력 눈길
확대회추위 사외이사 중 4명도 재일교포 몫

최근 금융권 인사에 당국과 정치권 등 '외풍'이 거세다는 논란이 있지만 신한금융지주는 이를 빗겨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부 출신인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돼서다. 여전히 단단한 재일동포 주주들의 지배력이 외풍을 견딘 힘이었다.

일단 8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 참여한 조용병 현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이 모두 내부출신 인사였다. 면접에 들어가기 전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는 탄탄한 지배 구조와 임직원 덕분에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풍은 없었지만 왜풍은 분 것 아니냐"는 촌평을 날렸다. 유력했던 조 회장 3연임이 좌초되고 차기 회장 후보에 '일본통' 진 행장이 이름을 올리는 이변이 일었기 때문이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가 진 행장의 최종 후보 선정에 결정적이었다는 관측에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제공

오사카의 총아…회장으로 우뚝 서다 

신한금융지주 4대 회장 내정자인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그룹 내에서 그야말로 '오사카의 총아'다. 일본 오사카는 1982년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한 재일동포 출자 주주 원로 모임인 '간친회(懇親會)'와 신한금융지주 사이 40년째 연결고리인 곳이다.  

오랜 시간 접촉해 온 일본 주주들의 각별한 관계와 은행장으로서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쌓으며 수위 경쟁을 해온 점이 회장 내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진 행장은 1961년생, 전라북도 임실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했다. 금융권에서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상고 신화'의 마지막 세대다. 이후 은행을 다니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출발은 신한이 아니었다. 1980년 중소기업은행에서 금융에 첫발을 들였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옮겨 인력개발실, 고객지원부, 종합기획부에서 일했다. 

일본에서의 경력은 1997년 일본 오사카지점에 차장으로 배치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5년여 일본 생활을 하다 귀국해 여신심사부 부부장과 국제업무팀장, 자금부 팀장을 지냈다.

이어 2008년 오사카지점장으로 발령 받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시 신한은행의 일본 법인인 SBJ은행을 출범시키고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성장을 주도했다.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을 거쳐 2014년 SBJ은행 부사장, SBJ은행 법인장과 사장을 잇달아 역임했다. 30여년 경력 중 14년이 일본이다.

국내 복귀는 2017년 1월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장 부행장으로 오면서다. 하지만 같은 해 3월 곧바로 신한금융지주 운영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금융 내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을 관리하고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핵심적인 자리였다.

신한은행장이 된 것은 2019년으로, 올해 말 약 4년의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행장 연임도 유력했지만 조 회장의 용퇴와 회추위의 결정으로 한 단계 위이자 그룹 내 가장 높은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회장으로 올린 '재일교포' 힘

진옥동 행장이 회장 후보로 낙점된 것은 신한금융지주에 재일교포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지주의 모태인 신한은행은 지난 1982년 재일교포들의 주도로 설립됐다. 자본 역시 재일교포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이후 금융지주체제로 돌아선 이후에도 재일교포들의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지배력은 여전히 강력했다. 다양한 주주들로 구성을 변화해온 신한금융지주지만 여전히 간친회를 중심으로 한 재일교포 지분은 최소 15%에서 최대 20%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금융지주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신한금융지주나 신한은행 등 계열사의 큰 결정 사항이 있을 때엔 최고경영진이 직접 일본을 찾아 재가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경영에 목소리를 내는 사외이사진 중 적잖은 비율도 재일교포 주주 추천 인사 몫으로 정해져 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총 12명으로 이중 배훈, 박안순, 진현덕, 김조설 등 4명이 재일교포 주주 추천 인사다. 특히 이번에 열린 확대회추위는 사외이사들이 참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진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 행장과 함께 3배수 후보였던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도 오사카지점장 출신이지만 일본 재직기간 등을 볼 때 주주들과의 스킨십에서 진 행장이 앞섰다는 관측이다.

신한은행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일본 거점인 SBJ은행의 본점 소재지는 도쿄지만 모태는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이라며 "진 행장의 오사카에서의 오랜 경험이 주주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쌓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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