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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법정 최고금리 인상, 나쁜 건가요?

  • 2023.01.16(월) 06:09

'이자 부담 경감이 우선 vs 대출 중단 현실 고려 필요'
금융당국 "아직 결정된 바 없다"…정치권 동의 필요

한국은행이 다시 한번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았습니다. 안 그래도 대출 금리가 많이 오른 상황인데, 또다시 기준금리가 오르니 저축은행과 대부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법정 최고 금리 연 20%에 묶여 그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는 제2금융권·대부업체들은 대출 문을 더 잠그고 소비자들은 대출절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다시 낮추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인상 여부에 대해 "정치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항상 낮춰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죠. 법정 최고금리는 무조건 낮아지기만 하면 좋은 걸까요?

 법정 최고금리…낮아지면 뭐가 좋은가요?

법정최고금리 인하 추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정부는 지난 11년간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낮췄습니다. 법적으로 허용된 저축은행, 캐피털, 대부업 등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을 제한해 제도권 금융내에서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2년 10월 66%로 결정된 법정 최고금리는 2007년에 49%, 2011년에 39%로 계속 낮아졌습니다.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 2021년 7월에는 20%까지 떨어졌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대부 이용자의 평균 대출금리 하락 영향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 대부 이용자의 평균 신용금리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1.2%이던 대부업 평균 대출금리는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는 14.0%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러자 국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추가로 낮추자는 의견이 등장했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법정 최고금리를 연 12%, 연 13% 수준으로 낮추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두 국회의원 모두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 서민층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자제한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법상 최고이자율(법정 최고금리)은 2021년 5월을 기준 예금은행 대출금리 평균치(연 2.78%) 또는 상호저축은행 대출금리 평균치(10.21%)와 비교해 여전히 높다는 주장입니다.

이수진 의원은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와 관련한 해외 입법례를 살펴보면, 미국 뉴욕주, 텍사스주 등 고정적 이율 상한을 정한 주의 평균 상한 이율은 연 15.4%이고 독일의 경우 연 4.17%∼연 8.17% 범위에서 형성되어 있다"며 "일본의 경우 대출액의 크기에 따라 최고이자율을 연 15%∼연 20%의 범위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최고 금리를 낮춰서 끝단에 있는 힘든 사람들이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의 논리"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반드시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금리로 대출받던 소비자들이 조달금리 상승으로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를 2%포인트 인하하면 약 65만9000명의 차주들이 더 이상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나게 된다고 합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같은 예측을 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 11월 법정 최고 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출 경우 31만6000명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3~4년에 걸쳐 민간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특히 이중 12%인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법정 최고금리를 낮출수록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소비자들이 더욱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986건이던 불법사금융 신고 건수는 2020년 7351건으로 늘었고 2021년에는 9238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법사금융 이용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죠.

법정 최고금리 인상 무조건 나쁜 건가요?

반대로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왜 인상해야 한다고 말할까요? 현 법정 최고 금리 수준을 20%까지 낮춘 것이 오히려 취약 계층의 제도권 금융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신규대출을 중단한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 / 사진=자료화면 캡쳐

결국 법정 최고금리가 20%에 묶인 상태에서 조달금리가 8%가 넘게 오르자 저축은행과 대부업의 선택은 대출 중단입니다. 조달금리는 급등했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막혀있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1위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의 신규 대출 중단 선언을 비롯해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체 상당수가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현재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졌을 때는 제로금리 시대였다"며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올려줘야 대출이 가능하다"고 토로합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저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도 올라가고 있다"며 "20% 가까운 금리를 받았던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로 인해 금리 상승분만큼 금리를 올려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출해줄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면 선택지는 불법 사금융뿐인데 불법 사금융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어 대출 금리를 1000%로 받는다 해도 알 방법이 없다"며 "최고금리를 올리자는 이유는 그런 소비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상, 인하에 대해서 정해진 사안은 없습니다. 당국에서도 아직까지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금리 인상기인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때 법정 최고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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