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 논란이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익률 악화 원인 중 하나로 '지방 소재로 인한 우수인력 유출'이 꼽히면서 관련 해결책으로 서울 이전 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전북 전주로 이전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을 강행하고 있다.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지부(산은 노조) 입장에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재이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재확보가 경쟁력이라는데…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8.22%를 기록했다. 79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적립금도 9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게 기금 수익률이 역대 최악을 기록한 부분은 부담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주로 이전한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옮기는 방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법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전주로 이전했다. 당시 인재 유출 등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전 이후 수익률은 10% 안팎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재차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1차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에서 수익률 개선 방안으로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인력 보수 수준 합리화 등을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서울 이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지방 이전)을 기금운용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산은 노조 입장에선 부산 이전 반대 명분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산은 노조는 최근 사측의 부산이전 준비 과정에 대한 절차를 문제 삼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한 일부 직원들의 부산 발령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부산이전이 산업은행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 부산이전 논란이 본격화된 후 산업은행 퇴직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임금피크제를 제외한 퇴직자는 2021년 54명에서 지난해 105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퇴직자 중 핵심 실무인력인 4~5급 직원 비중이 절반을 넘는 등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를 메우기 위해 신규 채용 규모가 크게 늘었는데, 채용 확대가 아닌 인력 유출을 대비한 것이어서 인재 확보 차원에선 분명히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대 여론 확대될까…결국 법 개정
국민연금 수익률 논란을 두고 산은 노조 상급 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조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운용실적 하락 원인 중 하나는 기금운용본부 이전 이후 우수인력이 이탈하고 시장흐름 파악 등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무분별한 금융기관 이전이 국민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산업 집적 효과를 무시한 채 논의도 없이 추진해 국가 금융경쟁력과 국민 이익을 훼손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 역시 지난 2일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산은은 기업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며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국가 전체에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건은 역시 국회 문턱이다. 국민연금이나 산은이나 이전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해서다. 국민연금법에는 '공단의 주된 사무소와 기금이사가 관장하는 부서의 소재지는 전라북도로 한다'는 내용이, 산업은행법 역시 '산업은행 본점은 서울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야당)은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절차적 문제를 짚으며 반대 입장을 못박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