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 '책임경영'을 위한 제도 변경을 예고했다. 금융회사 CEO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해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단기실적주의로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미리 지급받은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예고했다. 금융회사 CEO들의 어깨에 더욱 큰 '책임감'을 얻겠다는 복안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31일 서울 중구프레스센터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그리고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그간 금융당국이 예고했던 대로 강도높은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을 금융지주 회장단에게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있었던 일련의 불미스러운 금융사고와 관련해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 경영진의 경영철학과 가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 등이 제기됐다"라며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의 건실한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능력에 대한 고객의 신뢰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라고 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CEO 책임아래 관리책임이 있는 임원을 명확히 해 경영진이 보다 확실한 책임감을 갖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며 "수익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와 행태에 변화를 유도해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목적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현재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좀 더 촘촘해진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법제화하겠다는 방침도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금융회사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간 국내 금융지주의 회장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수장을 선출했는데 이 과정에 대해 일부 절차 등이 반드시 포함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한 대내외 경쟁을 거쳐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조직 내외의 유능한 인재가 대표로 선임될 수 있도록 후보자 선발, 육성, 평가 등 승계프로그램을 내실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렇게 선임된 대표이사의 업무수행에 대해 적절한 견제와 성과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바탕으로 연임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번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외부인사' 역시 후보군으로 포함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금융회사 CEO의 경우 회사 사정을 꿰뚫고 있는 내부출신 인사가 선호됐지만 금융당국이 다방면에서 검증됐다고 판단한다면 있다면 외부인재를 적극 검토하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더불어 금융권이 단기간 실적에 집중해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소홀히 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성과급 환수'라는 카드도 사용할 것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단기실적주의로 회사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명확히 해 책임을 다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에 금융당국이 강력한 개입을 시사하면서도 이를 잘 지켜나간다면 다른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당근'도 내밀었다.
그는 "내부통제가 작동된다면 정부는 금융권의 각종 규제를 보다 과감히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규제혁신과 함께 금융회사들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국제화의 걸림돌을 없애고 디딤돌을 놓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