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일시적 유동성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금융지원(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이 9개월여 만에 24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9월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지만 전체 지원대상의 7% 수준에 불과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가 29일 발표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착륙 현황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지원대상 대출잔액은 약 76조2000억원, 차주 수는 35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착륙 지원방안을 발표한 작년 9월에 비해 대출잔액과 차주 수 모두 24% 가량 감소한 숫자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만기연장·상환유예 5차 연장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권 자율협약에 따라 만기연장은 2025년 9월(3년), 상환유예는 오는 9월까지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정부, 코로나19 대출 지원 재연장…'이번이 마지막'(22년 9월27일)
이에 따라 만기연장 차주는 현행 만기구조(6개월 혹은 1년)대로 2025년 9월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상환유예 차주는 상환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8년 9월까지 유예된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할 수 있다. 유예된 이자는 최대 1년의 거치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다.
연착륙 현황을 보면 만기연장 대출잔액은 19조6000억원, 차주는 7만3000명이 줄었다. 감소한 대출잔액 대다수(92%)는 정상 상환이거나 대환대출 등을 통해 상환이 이뤄졌다. 만기연장 차주들은 이자를 정상 납부하고 있다.
상환유예 지원대상중 원금 상환유예는 대출잔액 3조3000억원 감소, 차주 수는 1만2000명이 줄었다. 감소한 대출잔액의 51%는 상환을 시작했고 42%는 상환을 마무리했다. 현재 대부분 은행에서 원금 상환유예를 자체적으로 연장 지원하거나 상환 초기 원금상환 부담을 줄여 연착륙을 지원하고 있다.
부실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 이자 상환유예는 대출잔액 1조원, 차주수 1100명이 감소했다. 줄어든 대출잔액 52%는 상환 시작, 37%는 상환을 완료했다. 이자 상환유예 대출잔액은 전체의 1.5%, 차주는 800명 정도다. 금융위는 불가피한 경우 금융사 자체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과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을 통해 연착륙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상환유예 지원 대상 차주는 상환계획서를 수립해야 한다. 이중 98.1%(6월말 기준)가 상환계획 수립을 완료했다. 원금 상환유예는 99%, 이자 상환유예는 85.8%가 상환계획을 수립했다.
전체 지원 감소 대출잔액 약 24조원중 채무조정액은 1조6000억원에 그쳤다. 이중 금융권 자체 채무조정이 1조5500억원으로 대다수(98%)를 차지했다.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은 152억원으로 전체 채무조정의 1% 수준이다. 새출발기금 등 출범 당시 채무조정을 두고 도덕적 해이 논란 등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실제 채무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금융위는 이날 연착륙 현황을 발표하면서 오는 9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일시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상환유예 조치는 9월에 종료되지만 이미 대다수 지원대상 차주가 상환계획을 수립했다.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큰 이자 상환유예 금액은 1조500억원 정도로 금융권 전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0.07%에 불과하다.
금융기관은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였고 자체 채무조정 능력도 갖추고 있다. 부실이 불가피하면 새출발기금 등 정책 대응도 가능하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해 9월 이뤄진 5차 지원을 통해 3년 동안 일괄적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조치를 했다"며 "상환유예는 1년 연장했지만 1년 후 대출금을 회수하는 게 아닌 상환계획서에 따라 어떻게 상환할지 은행권과 협의토록 해 3~4년에 걸쳐 대출금을 나눠 갚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