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이 임기 만료를 한달가량 앞둔 가운데, 연임에 실패할 경우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 주식 수가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공개(IPO)가 늦춰지면서 행사 조건으로 내걸었던 자기자본이나 세전이익 등이 모두 목표치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KT 신임 대표 체제 출범…연임 '먹구름'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임기 만료까지 한달 가량 남은 상황이다. 서 행장은 지난 2021년 1월 금융산업 전반에서의 탄탄한 경력을 인정받아 케이뱅크 행장으로 취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서 행장의 연임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케이뱅크의 모회사인 KT에 김영섭 대표 체제가 새로 출범하면서 연말 큰 폭의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현모 전 KT 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임원진들이 대거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 행장은 지난 2020년 3월 구 대표 취임후 약 1년여 만에 케이뱅크 행장으로 추천된 인물이다. 이번 KT 정기 인사가 2년 만에 실시되는 것이란 점에서도 인사를 통한 조직 분위기 전환을 꾀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연임 못하면 스톡옵션 규모 '반토막'
연임 기로에 선 서 행장은 스톡옵션과 관련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임에 실패하게 되면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 주식 수가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서 행장은 지난 2021년 3월 주주총회에서 스톡옵션 90만주를 부여받았다. 취임후 3개월만이었다. 행사 가격은 6500원, 행사 기간은 2023년 3월 31일부터 2028년 4월 30일까지다.
다만 서 행장이 스톡옵션으로 부여받은 90만주를 모두 행사하려면 임기내에 스톡옵션 행사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
서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 조건은 세 가지다. △자기자본 2조원 및 법인세차감전이익 1000억원 △법정 최소 의무복무기간 2년 재직 △경영계약서상 사유로 인한 주주총회 해임결의, 이사회 사임권고 결의 또는 금융관계법령상 제재에 따른 퇴임이 아닐 경우 등이다.
올해 3분기말 기준 케이뱅크 자기자본은 1조8730억원으로 목표치 2조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누적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420억1600만원으로, 마찬가지로 목표치 1000억원에 미달한다. 업계는 연말까지 해당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서 행장이 이번 임기에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퇴직할 경우, 스톡옵션 행사 규모는 '근속월수'에 따라 정해진다.
스톡옵션 부여일 이후 근속월수를 60개월로 나누고, 서 행장에게 교부한 90만주를 곱해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 규모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서 행장은 지난 2021년 1월 취임하고, 같은 해 3월 31일에 스톡옵션을 받았다. 만약 올해 12월 31일 서 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고 가정하면 부여일 이후 근무월수는 33개월이다. 스톡옵션 부여시 붙은 조건에 따라 산출된 규모는 49만5000주로 줄어든다. 기존에 부여받은 90만주의 반토막 수준이다.
다만 서 행장은 퇴임후에도 2027년까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행사기간이 만료되는 2028년 4월 30일까지 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같은 해 케이뱅크는 준법 및 리스크담당 임원 2인에게 스톡옵션 17만주를 부여했고, 임원 7인에게 68만주, 직원 311인에게 125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최소 의무복무기간 3년의 조건만 충족하면 되는 준법 및 리스크담당 인원 2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 행장과 스톡옵션 행사 조건이 동일하다.
'지지부진' IPO에 멀어진 스톡옵션
스톡옵션 조건이 미달한 가장 큰 원인중 하나는 케이뱅크의 IPO가 무기한 연기된 점이 꼽힌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상장을 추진해 자본을 확충하고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IPO 투심이 얼어붙으면서 상장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또 다른 스톡옵션 행사 조건이었던 세전이익의 경우, 최근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악화 등으로 건전성이 뒷걸음질치면서 충당금 적립이 크게 늘어난 데 따라 오히려 지난해 대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내건 스톡옵션 조건은 지난 2021년초까지만 해도 달성 가능성이 있는 목표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말 자금시장 한파로 계획했던 몸값을 받기 어려워진 데다가,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목표 달성과 멀어진 모양새다.
IPO 성사 여부는 임기 만료후에도 스톡옵션 행사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시장 상황이 안정될 경우 IPO를 재차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일단 서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기간 종료일 2028년 4월 30일의 직전년도인 2027년까지 자기자본 조건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조달은 곧 다른 스톡옵션 조건인 세전이익과도 연결돼 있다. 지속적인 여신 성장으로 이익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자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2027년까지 IPO를 통한 자본 조달이 진행된다면, 서 행장이 연임에 실패하더라도 49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스톡옵션 조건은 당시 경영진이나 직원들에게 목표 달성에 대한 동력을 준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구조였다"며 "케이뱅크가 서 행장 임기 동안 크게 성장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안에 조건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