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시장 환경과 실적 전망이 모두 좋지 않습니다. 더는 여력이 없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가 최근 높아진 상생금융 '시즌2' 압박 수위에 이 같이 토로했다. 올 3분기까지 주요 카드사 합산 당기순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연체율 상승과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 약정) 잔고 증가 등으로 연말과 내년으로 갈수록 경영지표가 더욱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2조원이 넘는 규모의 상생 금융안을 내놓은 카드업계에 추가 상생 보따리를 요구하는 건 쥐어짜기식 희생금융 아니냐는 것이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은행권을 시작으로 보험, 증권 등 업권별 '상생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업권은 공식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은행권이 약 2조원 규모의 추가 상생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험, 증권, 카드 등 다른 업권의 동참 압박이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어서다.▷관련기사 : '때 마다 돈 걷을까' 당국 상생금융 주문에 금융권 고심(11월23일)
금융당국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추가 상생금융안 계획 자체가 없다"는 게 대부분 카드사들 입장이다. 상생 보따리를 푼 지 반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섣불리 나서기보다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버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지난 6월부터 푼 카드사 전체 상생금융 지원 규모는 최소 2조3000억원에 육박한다.▷관련기사 : 카드업계 1위의 '이복현표' 상생금융…나머지 카드사는?(7월17일)
카드업계가 상생금융 동참에 고개를 내젓는 건 업황 악화 영향이 크다. 올 3분기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7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8626억원 대비 15% 줄었다. 누적 기준으로는 2조781억원으로 전년 2조3530억원과 비교해 11.7% 감소했다.
리볼빙 잔고 증가와 연체율 상승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10월 기준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5832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4000여억원 증가했다. 리볼빙은 수수료율이 높아 잔액이 늘면 카드사 단기 실적에 도움이 되지만 이율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잔액이 일정 수준으로 높아지면 연체율 급등 우려가 상존한다. 올 3분기 전업 카드사 평균 연체율은 1.67%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0.09%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높아졌다.
가뜩이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체율이 늘면 카드사는 부실 위험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수밖에 없다. 충당금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남게 되는 순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실적에는 악재 요인이다.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둔화가 이어질 공산이 높아 4분기는 물론 내년 실적도 암울한 상황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카드사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비용절감이 우선된 다음 상생금융을 논의해도 늦지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