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생존'이다. 지난해 고금리 영향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고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된 까닭이다.
이로 인해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나 영업확대 보다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대손비용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와 캐시백 등 마케팅을 줄인데 이어 올해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더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의 경영 환경 악화로 애꿎은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작년도 힘들었는데…올해도 안좋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합산 순이익은 7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8626억원 대비 15% 줄었다.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2조781억원으로 전년 2조3530억원과 비교해 11.7% 감소했다.
고금리 장기화가 카드사 실적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카드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가 지난해 연 4%를 웃돌면서 카드사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여전채(AA+ 3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1월 연 4%대에서 3월 3.8%대까지 내렸다가 5월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11월 4%대 후반으로 치솟았고 12월 들어 다시 3%대로 낮아졌다. 다만 금리 인하가 실제 자금조달에 영향을 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은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고금리로 카드 대금이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이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늘리면서 순이익은 크게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8개 전업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실적립액은 1조3795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6.3%(812억원) 증가했다. 올해도 카드사 연체율이 악화(상승)될 가능성이 높아 대손비용 부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카드사들의 연체율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8개 전업카드사 연체율은 1.6%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0.3%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62%포인트 높아졌다.
하나카드 연체율은 작년 9월 2.25%로 3개월 전보다 0.39%포인트 상승했고, 우리카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28%포인트 오른 2.1%를 기록했다. KB국민카드도 연체율이 0.1%포인트 올라 2.02%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에선 연체율이 2%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드사 대출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은 소비자들이 추가로 대출받는 경우가 많아 연체율 악화 가능성이 높은 탓에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 위해 혜택 축소…피해는 소비자?
경영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그 동안 소비자에게 제공했던 혜택을 더욱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와 캐시백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인 바 있다.
현대카드는 작년 12월 코스트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에디션1' 발급을 중단하고 '에디션2'로 통합했다. 에디션1은 이용 실적이 없어도 최대 3% 적립 혜택을 제공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에디션2는 매달 50만원 이상 써야만 적립 혜택(코스트코 온라인몰 3%, 오프라인 2%)을 받을 수 있고 연회비도 2만원(기존 1만원)으로 올랐다.
카드사들은 자동차 구입 시 제공하는 캐시백도 줄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오프라인에서 일시불로 자동차를 구매했을 때 1%를 지급하던 캐시백을 10월 말 0.8%, 지난달 말에는 0.6%로 축소했다. 삼성카드 역시 지난해 9월말 1%에서 11월말 0.7%로 줄였고 KB국민카드는 0.9%에서 0.7%로, 롯데카드는 1%에서 0.5%로 관련 캐시백을 축소했다.
반면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신한·삼성·KB국민·하나·롯데·우리카드 등 자동차 할부를 취급하는 6개 카드사의 할부 금리(신형 그랜저 구매 시 30% 현금·36개월 할부 기준)는 지난달 초 기준 연 5.2~8.7%이다. 대출자산 확대보다 내실 경영과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건전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지정학적 갈등과 자산가격 하락, 고물가로 인한 구매력 약화, 인구 감소, 건설투자 둔화 등에 따른 장기 성장동력 저하 등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올해는 여신금융업계에 있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한 카드사들의 혜택 축소로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혜택 축소의 가장 큰 배경은 수익성 악화"라며 "자금조달 비용이 여전히 크고 연체 등으로 인한 대손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카드사들의 비용 절감 수요가 상당히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독점 식으로 이용되는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카드 또한 혜택을 줄이고 있는 것을 보면 올 상반기까지는 혜택 축소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