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해 소비자보호실태 평가 시 소비자보호 시스템의 실질적 작동여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민원이 빠르게 증가한 금융사는 평가주기와 상관없이 재평가를 받게 된다.
금감원은 6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2024년 금융소비자보호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엔 금융사·금융협회 소비자보호 담당자 등 약 250명이 참석했다.
김미영 금융소비자보호처장(금소처장)은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금융사들이 이익 추구에만 몰두해 소비자보호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소비자보호가 실질이 아닌 형식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발언은 금감원이 개인 투자자에게 수천억원의 손실을 안긴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손실배상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금감원은 일부 판매사가 수수료 수익을 위해 H지수 ELS 판매 실적 등을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에 포함시키고 판매 한도를 증액했다고 본다. 이에 원금손실이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인 ELS 가입자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사 소비자보호 체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 방침이다. 매년 소비자보호실태평가 때 소비자보호 시스템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중심으로 심층 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민원이 급증한 회사는 평가주기 도래 전이라도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실태평가 성적은 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 등 총 5개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미스터리쇼핑을 통한 현장점검 뒤 미흡 이하인 금융사는 경영진 면담을 통해 판매절차 개선을 유도한다.
김 소보처장은 "금융권과 감독당국이 힘을 합쳐 한층 더 실효성 있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라면서 "앞으로 금융의 디지털화에 대응해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소비자 오인을 초래하는 SNS 등 온라인 광고에 대응키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온라인대출플랫폼 영업실적과 중개수수료 현황 등을 점검하고 소비자보호 관련 감독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처장은 "체계적인 범정부 공조를 통해 불법사금융 및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에도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업계 스스로 금융거래 관행을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재검토해 불공정 소지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소비자보호 체계를 점검해 예상치 못한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소지는 없는지 사전적으로 살펴봐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