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은행권의 부실채권(NPL) 매각이 지난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매각 물량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지난 한해 은행권에서 매각한 NPL이 5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의 신규 부실채권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적극적인 부실채권 매각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신규 발생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NPL '털어내기'에 나선 영향도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들이 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매각 규모(1조7000억원)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신규 부실채권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이자상환유예, 만기연장 등 코로나19 금융지원 영향으로 △2020년 12조5000억원 △2021년 10조8000억원 △2022년 9조1000억원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연간 신규 부실채권은 지난해에 들어서면서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규 발생한 부실채권은 11조3000억원으로, 1분기와 2분기, 3분기에 각각 3조원, 4조원, 4조3000억원 규모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평소 특별한 문제가 없을 때 정상적으로 나와야 할 NPL도 나오지 않았다면 작년 2분기부터는 눌려있던 것들이 수면 위로 나오면서 신규 부실채권이 다시 늘어난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건전성 관리 고삐…NPL 보유 줄이고 매·상각 늘렸다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지난 2020년 은행권의 NPL매각 규모는 3조원으로 전년(4조1000억원) 대비 줄어들었다. 이후 2021년 2조4000억원, 2022년 1조7000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해 왔다.
반면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권의 NPL 매각 물량은 이미 전년도 수준을 뛰어넘었다. 일각에선 은행권이 매각한 NPL 물량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3조4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5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매각 물량이 늘어난 것은 은행권의 신규 NPL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평년 대비 더 공격적인 NPL '털어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들은 NPL을 크게 △자체 관리(보유) △매각 △상각 등 세 가지 방식으로 관리하는데, 통상 이 비율을 1대 1대 1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은행들이 자체 관리하는 NPL을 줄이고, 매각과 상각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장부에서 NPL을 '털어내는'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NPL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통상 NPL채권을 모두 팔지 않고 외부적인 부실채권 규모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매각한다"라며 "지난해에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평상시 안 팔았을 물량까지도 내놓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올해 부실채권 늘어날라…'대비하자'
은행권이 지난해 NPL 매각에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올해도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은행권의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 등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선제적인 NPL 매각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NPL 업계에서는 올해도 은행권의 NPL 매각 규모가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수준보다 다소 늘어나는 것이다. 은행권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4조2000억원, 4조1000억원의 NPL을 매각했다.
NPL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들이 올해 더 나빠질 것을 대비해서 더 많이 매각을 한 측면이 있다"라며 "지난해 은행권의 NPL 매각 물량이 5조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올해도 4~5조원 규모의 NPL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