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한 등 일부 금융지주들이 파격적인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면서 아직까지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KB, 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들도 차별화된 밸류업 정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국민 배당주'로 금융주를 바라보는 기대감이 커진 만큼 금융지주들도 전향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금융지주 일각에선 이같은 주주환원 및 주가 부양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각각 지난 25일과 26일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밸류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은행주 주가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KB금융 주가는 지난 7월 한 달 사이 10.4%, 하나금융은 7.5%, 우리금융은 9.3% 올랐다. 이밖에 BNK금융이 13.5%, DGB금융이 2.1% 오르는 등 지방금융지주들의 주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앞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던 JB금융은 0.1%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2027년까지 ROE 10%, 주주환원율 50%, 주식수 5000만주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통 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신한지주의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25.0%나 올랐다.
지방금융지주 등 주주환원 '차별화' 고민
이번에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금융지주들은 하반기 밸류업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앞서 신한지주 등이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만큼 더욱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성향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정책으로 결정된다. 전반적인 내용에 크게 차별화를 주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비율이 높은 대형 금융지주들이 더 파격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 밸류업 방안을 발표하지 않은 금융지주들은 더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주주환원책 발표를 위해 여러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전향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신한이나 자본비율이 타사 대비 높은 KB금융 등을 양으로 따라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비율이나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전체적인 방향성 등을 다르게 제시하면서 종목 간 밸류에이션 차별화를 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속도 너무 빠르다" 토로도
일부 금융지주들은 전반적인 주주환원 속도를 따라가겠다고 밝히면서도 '빠른 속도'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방 금융지주들은 상대적으로 대형 금융지주사들에 비해 자본력 면에서 열위에 있어 고민이 큰 상황이다.
지방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시장 기대에 맞춰서 밸류업 방안을 발표하긴 하겠지만, 이렇게 속도가 빨라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금융은 성장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주주환원을 해 나갈 텐데 이렇게 급격하게 주가를 올려 놓으면 '나중에는 어떻게 하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밸류업 '이후'를 고민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은행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로 과도하게 저평가 돼 있었던 만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진행할 경우 PBR이 높은 타 종목보다 주가 상승 효과가 더욱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금융지주들의 고민은 목표로 했던 주주환원 시점이나 내용이 마무리되고 난 이후다. 주가를 추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더 전향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할 텐데, 이미 주주환원율 50% 목표까지 시장에 공개된 만큼 자본 활용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금융주가 밸류업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번 방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추가적인 추진방안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뒤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지속적인 고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