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GA협회는 각 대리점 중심의 내부통제기준을 협회 차원으로 확대해 부당 승환계약 근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수사들도 내·외부 설계사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불완전판매 방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3일 GA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 협회 내부 규약인 '보험대리점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를 위한 자율협약'을 마련한 뒤 협회가 적발한 부당 승환계약 건은 2건이다. 자율협약 도입 전과 비교하면 현저히 줄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지난 2020~2023년 금융감독원이 부당 승환계약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설계사는 110명에 달한다.
내부 자율협약→공시 의무로 강화
김용태 GA협회장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발생한 자율협약 위반은 총 2건"이라며 "계약이 이뤄진 뒤 6개월이 지나야 부당 승환계약인지를 파악할 수 있긴 하지만, 자율협약 이후 현저히 줄었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부당 승환계약은 고객의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계약으로 '보험 갈아타기'라고도 한다. 통상 담당 설계사가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발생한다. 설계사는 판매수수료를 받지만, 소비자는 금전적 손실, 보장 단절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설계사 스카우트 과정에서 지급되는 과도한 정착지원금이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원수사와 GA간 이직 시 정착지원금을 초년도 모집수수료의 1200%로 제한하고 있지만, GA 사이에선 적용이 안 된다. GA협회는 작년 자율협약을 통해 GA간 이직 시에도 '1200%룰'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오는 10월부턴 제재 사항 등을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용태 협회장은 "10월 중 모범규준 관련 공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정착지원금 등 공시 사항을 확립할 것"이라며 "회원사는 모범규준 이행 상황을 매 분기 공시해야 하며 공시거부나 허위공시에 대해선 당국과 긴밀히 논의해 방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사-GA-당국 '한 마음 한 뜻'
원수사인 보험사들도 내부 단속에 나서긴 마찬가지다. GA의 부당 승환계약을 통제하려면 업계 간 긴밀한 소통이 필수다. 특히 금융당국이 GA 내부통제 강화를 목표로 삼으면서 원수사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 운영방향으로 △부당승환 방지 방안 △GA 위탁 시 보험회사 운영위험 감독체계 강화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방지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GA 준법감시인 내부통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소속 설계사 수 500인 이상의 대형 GA 43개 사의 내부통제 책임자가 참석했다.
삼성화재는 "GA 내부통제는 원수사와 긴밀한 협조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최근 금융당국의 GA 내부통제 강화 움직임에 발맞춰 업계와 상생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당 승환계약 퇴출을 위한 업계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원수사인 보험사와 GA, 손해보험·생명보험협회, 금융당국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용태 협회장은 "부당 승환계약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당국과 계속해서 개념 정립 중"이라며 "부당하다는 판정 역시 두 협회가 담당하기 때문에 GA만의 노력으로는 완벽할 수 없다"고 말했다.